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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류세- 주재옥(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1-28 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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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국내 한 전시회에 핑크색 닭이 출현했다. 작품은 치킨을 먹고 남긴 뼈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이 될 수도 있다는 스웨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했다. ‘분홍색 뼈가 쌓이면 분홍색 지층이 생긴다’는 논리다. 실제로 공장식으로 대량 살육한 식용 닭이 매립되면서 지구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지층에서 닭 뼈가 나오기 시작하며, 화석화 중이다. 후손들은 머지않아 고생대 삼엽충과 중생대 암모나이트처럼, 인류세의 지표로 닭 뼈를 발견할지 모른다.

    ▼인류세(人類世)는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꿀 정도로 변화한 시대를 뜻하는 지질학적 용어다. 인류세 개념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처음 명명했다. 이 용어는 그가 2000년 멕시코 학술회의에서 사용하면서 국제적인 유행어가 됐다. 학자들은 인류세의 시작을 산업혁명이나 핵에너지 이후로 본다. 인류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인류세를 사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기보다 거주가능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플라스틱도 인류세의 증거다. 플라스틱은 일회용 개념이 안착되며 소비가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문명은 플라스틱에 중독됐다.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은 생태계 생물이 분해하고, 그것을 먹은 물고기를 다시 인간이 먹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돌이 결합된 ‘플라스틱 암석’이 인류세를 대표해 전시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류세가 역습당하고 있다. 인류가 생태계를 침범한 대가다. 최근 반려동물이 코로나에 확진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사람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우려도 나온다. 문화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이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인류세에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코로나가 지금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니다. 자연을 맘대로 통제한 인간의 이기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주재옥(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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