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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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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단지- 하인혜

  • 기사입력 : 2021-01-28 08:03:43
  •   

  • 언제는

    나더러

    우리 집 보물단지라고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부르던 엄마


    이제는

    설레설레 고갯짓에

    우리 집 애물단지라며

    한숨까지

    몰아 내쉰다


    ☞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아이를 보물단지라 부르던 엄마가 왜 나중에는 애물단지라고 부르게 될까? 보물이 애물로 변하는 합리적인 이유나 선명한 기준은 없지만, 어느 집이나 엄마가 자식을 향해 눈을 흘기게 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대체로 사춘기나 공부 등의 매복이 예상보다 거칠게 등장할 즈음이다. 엄마가 한숨을 몰아 내쉬는 것은, 아이가 갑자기 반항하며 속을 썩이는 이 시기를 인내하기 위한 엄마의 한 방편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시기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바람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동시는 2019년에 발표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엄마의 폭풍 잔소리를 듣는 요즘 아이들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학교와 사회가 육아의 기능을 다 나누지 못하여 답답한 집안에 갇힌 애물단지들이 나는 좀 측은해진다. 애물의 본질이 보물이란 걸 상기하며 그저 한숨 한번 내쉬며 자신을 수양하자. 한숨을 내쉬면 나쁜 공기를 밖으로 내뱉고 많은 양의 산소를 몸속 구석까지 전달할 수 있어 의외로 한숨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조용한 저녁, 아이들이 늦게까지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주의시켜달라는 아파트 내의 방송이 끝나자마자 앞집에서 고함이 터져 나온다. 아들 둘 키우며 동네 부끄러운 줄을 모르게 되었다던 앞집 엄마를 이해하며, 그 집 보물들을 애물로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길게 한숨 한번 내쉰다. 학교와 사회가 빨리 제 역할을 다하여 우리 아이들이 예쁜 보물로 반짝일 수 있게 되기 바란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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