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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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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질문의 가치-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1-01-25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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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크라테스와 점심 한 끼를 같이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포기해도 좋다.”

    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중요한 기술을 소크라테스와의 점심 한 끼와 바꿔도 좋다고 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철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질문법은 ‘산파술’로 불릴 만큼 철학계에 큰 영향력을 미쳤고 스티브 잡스 또한 인문학과 철학을 중요시했다.

    우리의 생각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 생각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수준이 좌우된다. 질문을 잘하는 것이 높은 수준의 생각, 현명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부딪히는 삶의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철학을 통찰력을 키워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면 실용적으로는 우리의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철학에 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인 부모가 있다. 학원을 바꿔볼까, 스마트폰을 없앨까, 동기부여를 해볼까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한다. 이런 생각은 평범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왜 공부를 해야 할까?’ 같은 질문은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아이가 꼭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문제는 보는 시각, 아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매출이 떨어져 고민인 회사도 마찬가지다. 매출저하의 원인은 경쟁의 심화, 고객의 취향변화, 제품의 하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여기에 기초해서 대안을 내놓는다. 가격을 내고, 홍보 방법을 바꾸고, 불량을 줄이는 방법 등이다.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 ‘왜 제품을 만들지?’, ‘사업을 왜 하지?’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것은 차원이 다른 질문이고 문제를 낯설게 만들어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먹으려고 했던 이유는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창의적 생각의 시작은 질문에 있다. 질문을 바꿔보는 것, 이것이 새로운 생각의 시작임을 이천오백 년 전 소크라테스는 말하고 있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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