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사랑의 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1-12 20:12:26
  •   

  •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속담은 신앙처럼 대물림했다. ‘자식 사랑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慈母有悖子)’ 중국 한나라 사마천은 이미 2100여년 전 ‘사기’에서 체벌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랑의 매’는 형용모순이자 언어 부조리다. 하지만 훈육을 빙자한 폭력의 합리화는 질긴 명맥을 이었다.

    ▼1970~80년대까지만도 학교는 체벌에 관대했다. 폭력을 매개로 바른 생활과 성적 향상이 가능하다는 왜곡된 사고로 점철됐다. 교사 손엔 교재, 출석부에 더해 회초리가 쥐어졌다. 대걸레 자루가 부러지도록 공포심을 자극하는 매타작을 넘어 무자비한 주먹과 발길질도 난무했다. 교사 임용을 흔히 교편(敎鞭)을 잡는다고 한다. 편(鞭)이 채찍의 의미란 사실을 체감한 시대였다.

    ▼폭력은 뒤틀린 인성과 가학적 잠재의식을 배양한다. 피해의 아픔을 가해의 쾌감으로 받아들인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이중성에 순치된다. 급기야 모방과 전염성을 출구로 무의식중에 외향화한다. 잦은 폭력에 무뎌진 편견은 일순 강한 폭발력을 갖는다. 한 치의 틈이라도 파고들어 약자의 영혼을 짓뭉개는 비인간적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사랑의 매’ 명분이던 민법 915조 친권자 징계권 조항이 제정 63년 만에 삭제됐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자녀 목숨까지 앗은 흉포한 가정폭력은 이처럼 체벌을 정당화한 인식의 오류에서 발원한다. ‘사랑의 매’는 없다. 부모 되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모든 잘잘못은 부모로부터 비롯한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