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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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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8) 거창 수승대

거북등 올라 술상 받고 구름이 흘려놓은 시 구워 먹으리

  • 기사입력 : 2021-01-08 0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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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가(求詩歌)


    온몸에 시를 갑주(甲胄)로 두르고서

    잔뜩 도사린 채

    또 무슨 시를 기다리는가


    단 한 편의 시도

    아니, 한 구절조차도

    내어놓지 않을 태세

    허나 오늘만은 기필코

    네 몸에 두른 시 한 편 받아 가리니


    거북아 거북아 시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네 등허리에 올라 술상을 받아놓고

    바람이 실어온 시 한 편은 술잔에 담고

    구름이 흘려놓은 시구(詩句)는


    구워서 먹으리


    ☞ 거창이 백제 땅이었던 시절, 이곳은 신라로 가는 사신을 떠나보내는 전별의 장소였다. 백제의 국력이 쇠했을 때라 사신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므로 당시 이곳은 ‘근심(愁)으로 떠나보낸다(送)’라는 뜻의 ‘수송대(愁送臺)’로 불렸다.

    세월은 흘러 조선조. 퇴계 이황은 거창에서 은거하던 요수 신권과 나눈 시에서 이곳의 이름을 수승, 즉 ‘찾고자 했던(搜) 훌륭한(勝) 곳’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그때부터 이곳은 ‘수송대’라는 눈물 머금은 이름을 벗고 ‘수승대(搜勝臺)’로 탈바꿈한다.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岩龜臺)’에는 퇴계의 시문을 비롯한 수많은 풍류객의 시와 이름이 오목새김 되어 있다. 그 시들을 품은 채 긴 세월을 보낸 거북의 등을 가만 쓰다듬으면, 수승대가 한눈에 보이는 요수정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시·글= 이강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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