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성산칼럼] 신공항 논쟁과 메가시티- 이강주(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1-01-06 20:12:32
  •   

  • 신축년 새해, 모두 강건하시기를 기원한다. 몸담았던 서울의 건축설계사무소를 겨우(?) 그만두고 창원에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 2002년 3월 1일이다. 이틀 후면 강단에 서야 해서 마음이 분주했다. 내 젊음의 목표였던 교수가 돼 강의 준비로 밤을 새며 지내던 4월 15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중국 여객기가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사망한 것이다. 그제서야 김해공항이 이·착륙을 위해서는 급선회가 필요한 위험한 공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끔찍한 사고가 신공항 필요성의 도화선이 되었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하는데(2006년), 이는 안전, 소음, 환경, 수요예측 등 현안 문제 해결의 성격이 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을 대선공약에 넣고 당선 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밀양과 가덕도를 후보지로 선정한다(2009년). 그러나 지방선거를 거치는 사이 여당에서 무용론이 대두되더니 급기야는 국무총리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건립을 백지화한다(2011년). 박근혜 대통령은 신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산 표심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로 사업은 재추진돼 후보지인 밀양과 가덕도에 대한 평가가 진행된다(2014년). 부산 대 반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의 대립 구도가 뜨겁게 형성되면서, 총선을 앞둔 당시 새누리당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표심을 모두 의식해 신공항을 공약 자체에서 빼버린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존 김해공항확장안이 발표된다(2016년). 10년 동안 국론이 들어간 국책사업이라 둘 중 하나의 지역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탄핵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지방선거 결과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모두 바뀌면서 신공항의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부울경의 단체장들이 총리실에 김해신공항안이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를 건의한 것이다(2019년). 결국, 총리실 산하의 위원회가 가동되어 김해공항확장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혹자는 이런 변화의 이유를 4월에 있을 부산시장 선거와 더 나아가 내년 대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초대형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치공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비전이 없다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서울이라는 기존의 일극 체제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오죽했으면 전국을 서울시 하나로 개편하자는 허탈한 농담까지 나오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한 번 수도는 영원한 수도’라는 관습과 이를 완화하려는 행위를 좀처럼 용인하지 않는 저항으로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당면한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분야에서의 불평등과 극도로 양극화된 주택가격, 그리고 청년문제 등은 그로 인해 짊어져야 할 질고(疾苦)의 산물들이다.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 해결 방법으로 국토 대개조, 더 나아가 국가 대개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창원·부산·울산 등을 한데 묶는 메가시티 비전은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바라봐야 한다. 동남권 메가시티의 핵심 산업은 물류 플랫폼이다. 진해부산신항이 처리하는 해상물동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물류를 기반으로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항공화물을 24시간 처리할 수 있는 경제 공항이 당연히 들어서야 한다. 신공항은 이러한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데, 아울러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신공항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메가시티에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더 높은 차원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역사의 평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구나 빛나는 유산일수록 미래에 가치가 드러날 것이고 후손들은 그 은덕을 두고두고 누릴 것이다. 지속가능한 공생 발전이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메가시티 비전을 백년지대계로 일궈 나가자.

    이강주(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