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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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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골키퍼의 법칙과 리더십- 허충호(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20-12-30 2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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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맘때면 상투적으로 입에 올리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른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묵은 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으니 새겨볼 일이지만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 빨리 송구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코로나’로 시작해 끝내 ‘코로나’로 끝나는 해이기에 그런 바람은 더욱 강할 것이다. 태양 홍염을 닮은 모양의 신종 바이러스로 온 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그야말로 홍역을 치렀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백신이 개발돼 접종에 들어갔다지만 현재까지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골키퍼의 법칙’이라는 경영학 이론이 있다. 호주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피터 피츠사이몬즈가 ‘51%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축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빗댄 말이다.

    축구 경기에서 가끔 골키퍼들은 비슷한 행동을 한다. 자기 골대로 상대의 골이 들어갈 때마다 항상 자기편 수비수 두 명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방금 볼이 들어간 게 그들의 잘못인 양 의미 있는 제스처를 취한다.

    실패의 원인을 골키퍼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전가하려는 경향, 바로 골키퍼의 법칙이다. ‘K방역’이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방역 선진국은 아직 실제 백신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도 골키퍼의 법칙은 어김없이 작동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까지 번진 집값 상승, 전세 물량 실종의 쓰나미에도 일부 가진 자들과 악덕 투기꾼들의 일탈이나 전임 정부의 탓이라는 책임 떠넘기기 현상이 재현된다. 유사한 일들이 나올 때마다 어쩜 그리 유사한 시나리오들이 되풀이되는지 그저 신기할 정도다.

    각종 토론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논객이 주장에 십분 공감하다가도 상대방이 거세게 제기하는 반론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벌이는 격렬한 논쟁인데도 말이다. 모두 말 잘하는 논객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 현상이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사안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골키퍼의 법칙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토론석 맞은 편에 나눠 앉은 이들은 서로 상대방의 잘못으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쓴다. 이른 바 골키퍼 법칙을 바탕에 둔 이런 주장들은 결국 극단적인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방아쇠로 작용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我是他非·아시타비)’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잉태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리더(Leader)와 리더십(Leadership)보다 보스(Boss)만이 존재한 시간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리더가 단순히 특정 개인을 의미한다면, 리더십은 그가 지향하는 목표와 실행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우리 사회에 포진한 그 수많은 리더 중에 다중에 이익이 되는 리더십을 발휘한 존재가 얼마나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리더는 “갑시다(Go Together)”고 하고, 보스는 “가라(Go)”고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갑시다”와 “가라”는 문제 해결 과정이 다르다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갑시다”에는 목표가 무엇인 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따른다. 반면 “가라”에는 그런 목표와 이유들이 종종 생략되고 오직 건조한 명령만 존재한다.

    소통하지 않는 보스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리더나 모두 송구의 대상이다. 이제는 영신해야 할 시점이지만 해가 바뀐다고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타오를지는 의문이다.

    송구영신은 분명 긍정의 메시지일 텐데 왠지 그리 여겨지지 않는 것은 실로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인가. 그래도 새로운 해를 희망 없이 맞을 수는 없으니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날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해보자.

    허충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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