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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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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세밑 단상-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0-12-28 20: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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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초에 시작된 코로나19는 3차 대유행으로 그 위세가 확장 중이다. 수도 서울은 주무 장관의 표현으로 이미 전시 상황에 돌입한 상태다. 소규모 집단 감염으로 확산되고 감염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확진자 수는 들불처럼 피어 오르고 있다. 자화자찬으로 일관되는 K-방역이 밀접 접촉자를 추적 조사해서 코로나 확진 검사를 통해 격리하고 해제하는 것의 반복이고 마스크 미착용자에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이다. 감염 확산의 정도에 따라 이런 업종은 몇 시까지 영업하고 저런 업종은 영업을 중단하라는 예상치 못한 행정 조치로 자영업은 폐업과 도산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국은 지난 12월 8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에 비견해 ‘승리의 날(V-DAY)’로 명명한다. 아직 백신의 확보와 접종의 스케줄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우리와 대조되는 모습이 K-방역의 민낯이 아닐까 싶다.

    한 해의 마지막에서 바라보면 어느 해도 다사다난하다. 올해는 생애 경험이 힘든 바이러스 출현으로 시작했다. 특별시장의 안타까운 소식도 접했고 광역시장의 중도 하차도 있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의견이 양분된 조국 교수 사건도 기억이 선명하다. 시장과 교감 없는 일방적 부동산 정책과 임대차 3법으로 주택 가격은 오르고 전셋집 얻기는 어렵다. ‘부동산 블루’는 우울감과 낭패감으로 서민들과 젊은 세대에게 다가온다.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는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고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의 증가는 경보단계로의 진입을 국제결제은행은 경고한다. ‘이망생’으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의 삶이 위태롭다. 영어 회화 실력과 각종 자격증 취득 등 스펙이 역대 어느 세대보다 뛰어난 이들이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 대열의 한복판에 서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젊은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포기하는 숫자가 OECD 최고라는 서글픈 소식에 겨울은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서울 출장길에 지하철을 타고 신길역을 지날 때면 이런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번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권도 출범 시의 희망 찬 공약과 실행 간의 간극이 넓다.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제언들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향해 겸손을 향한 구호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건설이라는 약속은 다시금 오래전 정권들이 행한 국민을 계도하고 조절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후미진 역사로의 뒷걸음질은 아닌지 우려된다. 올해도 좋은 일은 있었다.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KAIST AI (인공지능) 대학원에 통 큰 기부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AI 주도권 선점과 선진국 진입을 위한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 명예회장의 뜻이 연말에 훈훈함을 더하고 고창에서는 지역 학생의 장학금 지원을 위해 1억을 기부하신 칠 순 할머니의 미담도 전해진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선량한 시민은 있어 왔다.

    2020년 올 한 해도 나라를 관통한 주요 이슈는 편의 논리다. 내 편은 상을 주고 상대편은 벌을 주는 지루한 ‘아상타벌(我賞他罰)’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멀미가 난다. 이념이란 것이 국민의 생존을 뛰어넘어서 존재해야 하는 대단히 가치 있고 중요한 덕목은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하고 평안하고 윤택한 생활을 위한 도구일 때 그 존재 가치가 있을 것이다. 광속으로 변화하는 현 시대의 변화상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그릇이 지금의 이념이다.

    세밑이다. 달랑 두 장 남은 달력에서 한 해 동안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고단함이 묻어 난다. 복잡하고 다난한 시절에 두서없고 어설픈 부질없는 말 빚으로 번잡함을 더한 건 아닌지 송구하다. 송구영신 하시길 기원한다.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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