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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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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너 자신을 알라!- 안현주(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0-12-23 20: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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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경자년이 저물어 간다.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삼복더위로 정신없을 때, ‘가황’이라 불리는 나훈아로부터 테스형이 호출되어 국민들에게 잠깐이 나마 위로를 주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대중가요지만 약간의 철학적 느낌이 풍기는 가사였다. 국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위정자들을 질타함으로서 코로나 19에, 경제난에,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폭염 속 한줄기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선사했던 일이.

    이야기 나온 김에 2500년 전의 철인 소크라테스가 오늘날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음미해 본다. 그는 아버지가 석공이었고 어머니는 산모의 아기를 받아주는 산파였다. 아마 어려웠던 형편으로 추정된다. 그가 노예로 일했다거나 석공 일을 했다는 주장이 있어, 하여간 오늘날 표현을 빌리면 흙수저가 아닌가 한다. 그는 대부분 경우 무시 당하고 바보 취급을 받았지만 늘 꿋꿋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참고 견뎠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발길질을 당했는데 여전히 아무 대꾸도 않는 것을 옆에서 보던 사람이 “왜 참느냐?”고 하자 그는 “만일 당나귀가 나를 발길로 찼다고 하면 내가 그 당나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하겠소?”했다. 웃음과 함께 어리석었던 당시 사람들과 깨우쳐야 하는 현인의 안타까움과 쓰라림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인간사에 대한 주장, 오늘날 표현으로 철학을 설파하다가 조롱 당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한다고 주먹 세례를 받기도 했다.

    델파이 신전에 들렀다가 새겨진 ‘그노티 세아우톤!(Gnoti seauton)’-‘너 자신, 네 주제를 알라’는 문구에 감명을 받았다. 인간의 본성과 본질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 이전의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자연철학에 더해 인간탐구의 윤리학이란 새로운 철학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결과, 사실은 그렇게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달리 말해 이 사람들이 2중의 무지를 겪고 있음을 간파한다. 즉, 그들은 자신이 정확히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무지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생각이었다. 이들과 달리 본인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들보다 지혜로웠던 것이었다. 바로 인간적 지혜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었다. 반면 진정한 지혜는 신들의 소관이며 오직 신들에게만 속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그때도 어리석다고 지적하고 꾸짖는 소크라테스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지혜롭다고 주장하던 많은 사람이 소크라테스 앞에서 무지가 드러나고 옆에서 구경하던 젊은이들에게 창피를 당했기에 결국은 사형에 이르게 된다. 그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법에 대한 복종은 ‘국법이 정의가 실현된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그의 정치철학으로 볼 때, 국가가 정의롭지 못할 때 부당한 판결로 평범한 시민을 사형에 처하더라도 소크라테스가 국법을 옹호했을 거라는 주장은 잘못된 판단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철학하는 삶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친구 크리톤의 간절한 탈옥 권유를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죽음을 통해 재판의 부당성을 증명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너 자신, 네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그의 일갈은 오늘날 평범한 사람에게도 적잖은 울림을 가져온다. 스스로의 분수와 능력을 모르고 패가망신하는 사례를 적잖이 보게 된다. 특히 그들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이나 고위직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안현주(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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