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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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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아시타비’(我是他非)- 이현근(사회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2-20 2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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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연말이면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 한 해를 압축하는 사자성어인 만큼 관심이 높다. 올해는 코로나 19가 세상을 지배한 만큼 그와 관련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사자성어를 선정해 온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2.4%인 588명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사자성어가 아니라 신조어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내로남불’과도 같은 의미다. 우리 사회는 ‘내 편 아니면 적’으로 편이 갈려 끝없는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나는 맞고 당신은 틀리다’고 비난해 왔다. ‘내로남불’이 박근혜 정권 때 급증했다면 ‘아시타비’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사용량이 늘어났다.

    ▼‘아시타비’는 두 교수가 추천했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평했다.

    ▼올해를 뒤엎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성어는 첩첩산중(疊疊山中), 천학지어(泉之魚·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 정도가 4, 5위에 뽑혔다. 코로나라는 위기 사태를 누르고 ‘아시타비’가 1위,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후안무치’, ‘격화소양’이 2, 3위에 선정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서로 헐뜯기만 하며 발전적이지 못했다는 참담한 자괴가 담겨 있다.

    이현근(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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