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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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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낙태법 개정 시한 D-15…국회로 간 낙태죄 ‘입법 공백’ 우려

헌재, 연말까지 개선입법 주문했지만 국회서 논의 지지부진·반쪽 공청회
정부, ‘14주까지 허용’안 입법예고
경남 여성계 반발 “낙태죄 폐지해야”

  • 기사입력 : 2020-12-15 2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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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개선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논의 장기화로 ‘입법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이경옥 여성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낙태죄 폐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여성의당 경남도당/
    이경옥 여성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낙태죄 폐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여성의당 경남도당/

    ◇“14주까지만”vs“완전 폐지해야”=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올해 말까지 형법 개선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 10월 7일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임신 15~24주까지는 유전병이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미성년자도 불가피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상담만 받고 낙태시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전국 여성계는 정부 입법예고안을 두고 성명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현실을 삭제하고 실질적 ‘처벌’로 여성인권의 퇴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처벌조항은 그대로 유지하고, 허용 요건을 신설해 형법에 일원화한 것은 국가가 여성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논의 지지부진… ‘입법 공백’ 현실화= 지난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권인숙·이은주·조해진·박주민·서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하고 정부가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박주민·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 6주 미만의 낙태는 허용하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최대 10주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발의했다.

    법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낙태죄 관련 해당 법안들과 함께 낙태죄 폐지·존속에 대한 의견과 낙태죄가 존속될 경우 구성요건과 처벌 수위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해 전원 퇴장하면서 ‘반쪽짜리 공청회’에 그쳤다는 비판과 함께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게 구성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국회가 대체 입법을 미루고 미루다 연 낙태죄 공청회 도중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이후 벌어지고 있는 논쟁도 입법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해 당사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연내 임시국회를 통해 대체 입법 없이 해를 넘기는 ‘입법 공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낙태죄는 범죄가 아닌 것이 된다.

    ◇여론은 폐지에 무게… 경남서도 폐지 운동 활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4월 낙태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58.3%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74.1%, 30대의 71.5%가 찬성했으며, 여성은 64.3%, 남성은 52.2%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념별로 보면 진보층의 62.7%, 중도층의 59.5%, 보수층의 57.6%가 폐지에 찬성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여성의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을 그대로 둔 정부 입법예고안에 대해 지난달 30일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라”는 입장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대체입법 시한이 15일 가량 남은 가운데 경남지역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의당 경남도당은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야당 의원인 윤한홍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160만인의 선언: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과 함께 1인 시위를 여는 한편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이경옥 경남도당 위원장은 지난 11일 전화 통화에서 “연내 임시국회를 통해 정부의 낙태죄 존속 입법예고안이 반드시 철회되고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도 삭제돼야 한다”며 “경남지역에서도 여성계 논의를 더 거쳐 향후 활동을 전개해 폐지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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