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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한글 배움- 김호철(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12-10 20: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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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막눈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공부방인 ‘문해(文解)교실’이 10여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5년 경북 칠곡 할매들이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내 대박이 나기도 했다. 지역 문인이 칠곡군에 보관 중이던 할매들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에 쓴 90여편의 시를 묶어 권당 9000원짜리 시집으로 발간했는데 2주 만에 다 팔렸다. 칠곡할매들의 시집은 벌써 4집을 준비 중이다. 특히 칠곡군은 할매들의 글씨체를 모아 ‘칠곡할매 서체’도 개발 중이다. 한글 배움이 준 성과가 아닌가 싶다.

    ▼지난 10월 한 구인구직 기업 사람인이 한글 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조사(복수응답)한 결과를 보면 성인남녀 10명 중 6명(59.8%)이 ‘한글 표기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띄어쓰기’(64.6%)와 ‘맞춤법’(62.6%)으로 나타났다. 한글 쓰기가 어려운 이유로는 ‘문법을 안 지키는 메신저 대화 등에 익숙해져서’(46.4%), ‘글을 자주 쓰지 않아서’(41.4%) 등으로 나왔다.

    ▼이번 조사는 띄어쓰기나 낱말 맞춤에서 한글을 정확하게 알지 못 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데 의미가 크다. 사실 59.8%라는 수치는 낮게 잘못 나온 감도 있다. 낱말 맞춤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관심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낱말은 표준국어대사전 또는 인터넷 포털 국어사전 등을 통해 쉽게 올바른 표기법을 찾을 수 있지만 띄어쓰기는 어떻게 찾아봐야 할지 대부분 모르기 때문이다.

    ▼한글에 박사는 없다. 생활·문화가 바뀌면 한글도 바뀐다. 끊임없이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한글 맞춤법의 변화도 빨라졌다. 배우지 않으면 틀릴 수밖에 없는 한글은 평생 배움길에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말처럼, 아는 한글도 다시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먼저 올바른 한글 찾는 법부터 시작하자. 한글 배움길에는 겸손과 즐거움도 따라온다.

    김호철(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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