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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밥- 조고운 (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1-26 08: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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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고 운 문화체육부 기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새끼여. 그냐 안 그냐?’ 영화 ‘비열한 거리’ 속 조인성의 명대사가 서글프게 와닿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시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이 결국 나와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때문이다.

    ▼밥 한번 먹자는 인사말이 쉽지 않은 시국이다. 침방울로 전염되는 ‘코로나19’는 타인과 마주앉아 같이 밥 먹는 일을 무엇보다 위험한 행위로 만들었다. 학교 급식소와 직장 구내식당의 칸막이 사이에서 사람들은 혼자 밥 먹는 일에 익숙해졌고, 겸상이 예의였던 밥상 문화는 지양해야 할 전통이 됐다. 정부에서도 식사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독상과 개인 식도구를 장려하고 있다.

    ▼밥의 사전적 의미는 쌀과 같은 곡식을 씻어서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밥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안부를 물을 때 밥을 먹었냐고 묻고, 친밀감과 그리움을 밥 한번 먹자는 말로 대신한다. 이 밖에도 우리 삶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연계돼 있는 직장과 삶, 건강도 밥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 행위는 행복과도 직결된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음식을 먹을 때’라고 한다. 우리의 뇌가 생존과 번식에 가장 중요한 밥과 사람에 가장 흥분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밥 한 끼가 그리운 날들이다. 그 행복한 날이 하루빨리 오길 희망한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오늘은 혼자 따로 밥 먹겠다고 할 수밖에.

    조고운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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