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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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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김장철 허리병을 주의하자

  • 기사입력 : 2020-11-23 07: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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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의 계절이 다가왔다. 요즘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비닐하우스 재배를 통해 신선한 채소를 언제든 구할 수 있지만 추운 겨울철이면 신선한 채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초겨울에 미리 김치를 많이 담가두고 저장하는 풍습이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한국인의 음식 문화 중 가장 오래도록 유지되어 온 전통문화로 2013년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위원회에서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좋은 재료의 어울림으로 맛을 내고, 지역 특색에 맞추어, 적절한 시기에 조리해 그 맛을 더욱 깊게 하고, 이웃과 가족이 한데 모여 사람 사이의 어울림을 실현하는 김장은 우리 민족만의 어울림 한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사회의 두레와 품앗이 같은 관습처럼 김장행사는 이웃 간 노동력을 교환하는 대표적인 품앗이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회에서는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연례행사로 1년에 한 번이라도 모여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이유에도 세대에서 세대를 걸쳐 내려오면서 이웃 간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의 연대감을 형성하며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는 것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김장문화의 후유증으로 이즈음엔 김장 후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한다. 평소 요통과 하지의 방사통이 있었던 환자들 중 통증이 더 심해지는 사례가 많으며 급성 통증을 호소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환자들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평소와 다른 김장 중 자세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주로 바닥에 앉아서, 쪼그려 앉아서 김장 후 일어서니 허리를 펼 수 없었다는 환자가 많다. 또한 김치통을 들어 올리다 뜨끔한 후 다리까지 찌릿하더니 꼼짝을 못하겠다 또는 허리가 뜨끔거린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MRI, CT검사를 실시해보면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으며, 디스크의 섬유륜이 찢어지거나 척추체의 골절도 종종 발견한다. 척추의 퇴행성은 서서히 진행되며 특별한 자극이나 외부의 충격이 없으면 증상없이 진행된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여성은 폐경과 함께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골다공증의 진행은 작은 자극에도 골절을 유발할 수 있어 고령의 여성들의 겨울철 건강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발생하면 하던 동작과 작업을 멈추고 휴식이 필요하다. 증상이 급성이고 경미할 경우 안정과 함께 급성기에는 소염진통제 투약, 물리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척추질환은 문제가 있더라도 무조건 수술을 하여야 하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완화 요법을 일차적으로 추천한다. 환자분들은 “근본원인 치료가 되는 방법이 아니지 않느냐?”며 보존적치료를 거부하고 즉시 비수술적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통해 한번에 효과가 높은 치료법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증상이 심해지기 전 치료 경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안정과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으면 정밀검사를 실시하여 정확한 진단 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즐겁고 안전한 김장을 위해서는 김장 작업대의 높이를 높게 하여 서서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김치통을 가볍게 하여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고, 김치통을 들어 올릴 때 허리를 숙여서 들어 올리지 말고 무릎을 구부려 다리 힘을 이용하는 들어 올림으로써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을 예방하길 당부드린다.

    윤석환 (창원제일종합병원 제1신경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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