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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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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완화의료] 삶의 마지막, 아픔 덜고 마음 채운다

암·간경화·폐쇄성폐질환·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말기 환자·가족, 신체적 통증·정신적 고통 완화
입원형 서비스서 가정·자문 서비스로 영역 확대

  • 기사입력 : 2020-10-04 20: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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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스피스 의료 또한 재조명 받고 있다. 호스피스의 어원은 본래 라틴어인 ‘호스피탈리스트’와 ‘호스피티움’에서 기원했는데, 호스피탈리스는 호스페스 즉, 주인이란 뜻에서 병원이란 의미로 변했고, 호스피티움은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마음에서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로 바뀌어 오늘날의 호스피스라는 말이 탄생하게 됐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1967년 영국의 의사인 시슬리 선더스 박사가 현대의학을 호스피스에 접목시킴으로써 현대적 의미의 호스피스, 즉 호스피스 완화의료 개념을 확립했다. ‘Total pain’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주된 임무라 주창했다. 또 통증조절을 위한 적절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체계화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을 말기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 및 사별가족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암이 가장 중요한 완화 의료의 영역이다. 암은 항암 치료 후 치료가 어려워져 말기로 진단받는 시점이 비교적 분명하고, 말기 진단 이후에도 수개월의 삶이 지속되면서 통증 등의 심한 신체적 고통과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고통, 그리고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게 되기 때문에 완화의료 제공이 필수적인 대상이다.

    그러므로 완화의료가 발전된 많은 선진국들도 초기에는 대상자가 분명하고, 증상 관리 등에서 전문적인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인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완화의료를 먼저 제도화했으며 이후 비암성 질환으로 완화의료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많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서 현재 암에만 국한돼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이 2017년 8월부터 후천성 면역 결핍증, 심부전, 뇌혈관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 더 이상 치료가 어렵고, 여러 신체 기능의 악화로 수개월 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로 확대됐다.


    현재는 말기암, 간경화, 폐쇄성폐질환, 후천성 면역결핍증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입원형 서비스에서 가정형 그리고 자문형 서비스로 영역이 확대돼 사랑하는 가족과 익숙한 가정에서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입원형 서비스는 여전히 말기암 환자에 국한되지만 말기암, 말기 후천성 면역결핍증, 말기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말기 만성 간경화 환자들은 자문형, 그리고 가정형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혜택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공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부분 중 하나가 통증 관리이다. 통증은 암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상 중 하나인데, 드라마에서 흔히 연출되는 것처럼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처음 호스피스에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 역시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할까 두려워하지만 마약성진통제에 대한 편견으로, 통증이 더 심해졌을 때를 대비해 되도록 진통제 복용을 하지 않고 참으려 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참은 후에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며 통증의 대부분은 먹는 약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통증의 강도에 따라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고, 통증의 종류에 따라 진통 보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약의 용량을 늘리는 만큼 진통효과가 강해지기 때문에 통증이 조절될 때까지는 최대 용량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진통제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병이 더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며, 암성통증으로 복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공시점 또한 매우 중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식이 부족해서 돌아가실 때까지도 호스피스 케어를 거부하거나, 돌아가시기 직전에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전이성 폐암환자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같은 표준적인 암 치료와 함께 완화의료를 제공한 경우 생존 기간이 두 달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암 치료 과정에서 완화의료를 함께 제공한 경우 말기에 중환자실 이용 등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이용이나 응급실 방문 비율은 낮고, 삶의 질은 향상됐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완화의료는 단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만을 대상자로 하지 않고, 암 치료 초기부터 함께 제공됨으로써 암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 또 말기암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제공될 여지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좀 더 일찍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원에 입원을 꺼리는 환자 중 경구섭취가 잘 되지 않아 영양제를 투여를 해야 한다든지 통증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이 편안하고 익숙한 내 집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먼저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의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처음으로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며, 영국의 한 기관에서 조사한 ‘죽음의 질’의 결과는 OECD 국가를 포함한 40개국 중에서 영국은 1위, 우리나라는 3.7점으로 32위이다. 영국 의사들이 말하는 ‘좋은 죽음’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존엄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가 말은 못했지만 원해왔던 ‘좋은 죽음’ 또한 같을 것이다.

    이영인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원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긴 삶의 여정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응원하고, 세상과 이별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와 이별하는 가족들을 위한 의료이며, 슬픔을 충분히 표현해 남겨진 가족들이 남은 감정의 찌꺼기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의료이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호스피스 의료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환자의 마지막이 존엄할 때 행복한 삶의 매듭이 비로소 제대로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이영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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