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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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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②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

토막잠·김밥끼니 ‘24시간 전쟁 중’
확진자 관리·대응 하루종일 초긴장
월화수목금금금 기약없는 일상

  • 기사입력 : 2020-09-10 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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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사 영웅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같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첫 발생한 지난 1월 중순부터 7개월여간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을 견디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눈코 뜰 새 없는 일과를 보내야 했다. 심지어 집에 가서도 검사 결과를 알려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토막잠을 자기 일쑤인 전쟁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웃을 수 있다니 말이다.

    10일 오전 코로나19 상황을 챙기다 잠깐 기자와 마주앉은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은 “오늘 경남의 코로나19 안정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을 준수하며 협조해 준 도민과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라며 “휴일 없는 빡빡한 생활에도 도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웃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10일 도청 본관 2층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10일 도청 본관 2층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는 지난 7월 경남도가 코로나19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신설한 생활방역추진단의 초대 단장이다. 기존 보건행정과 내 감염병관리담당을 확대 재편해 4개의 담당을 둔 생활방역추진단장은 법정 감염병 예방·관리·대응, 생활방역, 코로나19 관리 대응 전반을 전담한다. 경남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 선봉장인 셈이다.

    지난 7개월간 7만5000건 이상 진담검사를 실시했고 도내 8개 의료기관에서 대구·경북 환자를 포함해 631명의 확진자를 입원 치료관리했다. 하루 최대 350명이 넘는 환자를 입원, 격리해 관리한 적도 있다.

    그간 도민들의 일상이 무너진 것처럼 노 단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일상도 크게 변했다. 24시간 비상체계 운영으로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은 당연하고 주말·휴일을 즐겨본 지가 까마득하다.

    온종일 업무에 매달리다 보면 끼니를 놓치기 일쑤고, 밥 먹는 시간조차 아쉬워 깁밥을 한 손에 들고 업무를 보는 일도 다반사다. 언제부턴가 동료에게서 나는 파스 냄새가 익숙해졌고 너나할 것 없이 서랍 속에는 각종 건강보조식품이 가득이다.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도청 본관 5층 생활방역추진단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도청 본관 5층 생활방역추진단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 단장은 “매일 검사를 하고 그 결과가 한밤중에나 새벽에도 나오기 때문에 늘 휴대폰을 붙들고 있고 알람만 울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며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고 멀리 있는 부모님 챙기는 것도 녹록지 않아 힘들어 하는 직원이 많은데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와 함께, 확진자가 줄고 완치해 퇴원하는 분들이 늘어날 때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가 7개월여간 가장 노심초사했던 때는 바로 지난 3월 초 한마음창원병원의 의료진 감염과 이에 따른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을 때다. 격리 해제를 위한 검사에서 182명 전원이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직원 전부 동시에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도권발 확산, 8·15 서울 광복절 집회 등으로 8~9월 경남 확진자가 104명이나 되고 이 과정에서 의무 수검 명령을 위반하고 역학조사를 방해해 고발 및 구상권 청구를 당한 도민에 대해서는 ‘진작 검사를 받았더라면 감염 확산도 막고 가족의 상처와 경제적 타격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도청 본관 5층 생활방역추진단 사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노혜영 경남도 생활방역추진단장이 도청 본관 5층 생활방역추진단 사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빗발친 각종 항의·민원전화 응대도 힘겹지만, 고통을 공감하고 방역이 필요하다고 설득시키고 있다.

    그는 “민원인 상대는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다. 욕설과 막말에 직원들이 많이 울기도 한다. 집합금지 명령 후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많았고 사무실로 관련자들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이고 방역이 선행돼야 경제도 살고 다 제대로 돌아간다고 설득하고 다독거린다. 그분들의 입장을 헤아려보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고 말했다.

    노 단장은 고대하는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가려면 도민 스스로 방역주체가 돼 철저하게 생활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해 접촉을 최소화해 주시고 필수적인 외출 외에는 집에 머물러 달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생활과 방역이 조화로운 새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방역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푹 자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휴대폰은 던져놓고….”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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