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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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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사막에서 신발 끈 다시 조이며- 김미숙(시인)

  • 기사입력 : 2020-09-03 2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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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은 작가에게 감성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멋진 소재다. 게다가 사막은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도 갖고 있다. 온몸을 녹일 듯 내리쪼이는 태양의 열기.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메마른 모래땅은 인간에게 무한 두려움을 준다. 문학인들이 사막을 즐겨 작품의 모티프로 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생명도 철학도 희망도 없는 그 막막한 공간에서 생존의 새로운 공식과 철학을 찾을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곳. 바로 사막인 것이다.

    또한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로 가거나 프리다이버가 맨몸으로 심해로 잠수하거나 클라이머가 암벽에 매달리는 일은 불가능에서 가능성을 찾아가는 희열 때문이다. 문학인은 겉으로 보이는 몸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상의 창을 통해 대상에 도전한다. 스스로 문제의 한복판에 뛰어들지는 않지만, 문제를 자신의 심상으로 끌어와 가능성을 타진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다. 그것이 작가의 존재 이유다. 작품에 대한 실패와 성공은 중요하지 않다. 독자는 작가가 시도한 가상의 길이 성공이든 실패든 간접적 체험을 통해 그 길을 따르거나 포기하게 될 것이다. 즉 막막한 삶의 조건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가상의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데까지가 작가의 몫이다. 작품을 통해 독자가 삶을 진행하는 데 정신적 도움이 되었다면 어느 쪽이든 작가는 성공한 셈이 된다.

    그런 요즘 나는 다시 사막 앞에 선 기분이다. 잦아들 듯하던 코로나19가 다시 전국을 강타하면서 느끼는 막막함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칫 셧다운, 모든 사회시스템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지금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하고, 답답한 마스크는 필수, 피부가 벗겨지도록 손소독을 한다. 더 두려운 것은 전문가들이 코로나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의 방식을 강구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돌아보면 이런 막막함을 느껴본 기억은 무수히 많다. 살아오는 지금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신발 끈을 고쳐 매며 그 막막한 공간을 헤쳐 나오려 애를 썼다. 그리고 드디어 헤쳐 나왔다. 그게 비단 나뿐이겠는가.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막 앞에 서서 두려운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중이다. 앞이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는 패닉 상태. 그렇지만 삶의 조건이 사라져가는 땅에서도 인간은 적응하고 살아왔다. 그것이 인간의 위대함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순간도 다시 막막한 사막 앞에 선 심정이지만 나는 믿는다. 인간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코로나가 인류와 함께 가겠다면 잘 다스려서 함께 가면 될 일이지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인류에게 위기를 갖다 준 수많은 독감이 발현했지만, 우리는 적응하고 함께 살아왔다. 지금 이순간도 잠시의 시간이 흐르면 그저 예방주사 맞는 계절이 왔다는 정도로 바라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디엔가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인가? 앞으로 우리는 그 샘을 기필코 발견할 것이다. 아니, 발견하고야 말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이제 신발 끈 조이고 차분히 기다리자고 말하고 싶다.

    김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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