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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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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뇌전증

  • 기사입력 : 2020-07-27 08: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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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희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이미희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뇌전증(Epilepsy)은 ‘악령에 사로잡힌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간질이라는 용어로 사용했었고 간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약물로서 치료가 되고 완화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치병, 정신병으로 오인되어 왔다. 이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2009년부터 의학계에서는 뇌전증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2014년부터 사회 전반에서 뇌전증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뇌전증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이상 흥분 현상으로 인해 의식이나 운동, 감각신경을 자신이 제어하기 어려운 발작상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약물로 70% 정도의 환자들이 치료될 수 있다. 외국 보고에 따르면 뇌전증 유병률은 1000명당 4~10명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흔한 질환이며 역사적으로 소크라테스, 노벨, 고흐, 나폴레옹 등 많은 수의 위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질병이다.

    뇌전증 진단은 일반적인 과거력과 함께 발작이 언제 일어났고 그때의 환자 상태는 어떠했는지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뇌전증이 의심되는 발작이 있었을 때 환자의 상태에 대한 목격자의 세심한 관찰과 함께 가능하다면 당시의 증상을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병원을 내원하게 되면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뇌파검사, 뇌 MRI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혈액검사 등을 통해 전해질 불균형이나 요독증, 알코올금단 등과 같은 유발인자를 확인하고 뇌파검사상 비정상 뇌전증 파형이 있는지 확인되면 뇌전증 확진이 가능하다. 또한 뇌 MRI에서 뇌파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한 번의 뇌파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수일간 진행하는 동영상 뇌파검사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뇌전증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눌 수 있다. 부분발작은 신체 일부의 감각이 이상하거나, 갑자기 힘이 빠지는 등 몸의 일부에 국한된 증상을 보이며 발작 당시 의식 소실 여부에 따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 부분발작, 의식의 소실을 동반하면 복합 부분발작이라 한다. 전신발작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며 뒤틀리거나 떠는 증상을 보이는데 일반인들이 흔히 떠올리는 형태의 발작이다.

    주변에서 발작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마주하면 당황할 수 있다. 혹시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침착하게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숨쉬기 편하도록 목 주위 단추나 넥타이를 풀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해준다. 그리고 환자의 혀가 기도를 막을 수 있으므로 옆으로 돌아 눕히고 발작 중에 환자를 다치게 할 수 있는 뾰족한 물건 등은 치우고 발작 중인 환자는 힘으로 누르거나 억지로 붙잡지는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발작은 대부분 수 분 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수차례 반복하거나 회복 없이 30분 이상 지속되어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속히 119에 연락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뇌전증은 겉으로 보여지는 증상, 치료될 수 없다는 통념 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 사회적인 편견을 받아야 했다.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뇌전증도 충분히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알려져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이미희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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