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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고령화 시대에 맞는 식사, ‘무스식’

  • 기사입력 : 2020-07-20 08: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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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현 영 희연병원 영양과장
    전현영 (희연병원 영양과장)

    지난 5월께 본원에서 대기업 규모의 식품업체와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업체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령자를 위한 식품을 준비하던 중 본원에서 2017년부터 연하곤란 환자를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에 관한 미팅을 요청했었다.

    업체에서는 연하장애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무스식’을 약 15가지의 샘플로 선보였다. 요리 본연의 맛을 잘 살려 우리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무스식’이라는 것은 일반식과 동일한 모양, 향을 유지하되 혀나 잇몸으로 으깰 수 있을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한 식사를 의미한다.

    식품업체에서는 신체 기능이 다소 떨어진 고령자 및 연하곤란 환자의 경우 음식물을 섭취할 시 식도로 잘 넘기지 못하며 기도로 넘어가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질감, 점도 규격에 초점을 둬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의 입장에서는 맛만 다른 똑같은 죽 모양의 식품을 보면 환자가 식사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거나 기대감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밥 한 술이라도 더 뜨도록 하기 위해 영양 공급은 물론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까지 갖추는 것이 우리의 오랜 숙제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식사도 치료다’라는 마음으로 연구와 노력들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만족스러운 식사란 균형 잡힌 영양, 맛, 향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도 포함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 연하곤란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사에 대한 연구 개발을 꾸준히 해 균형 잡힌 영양 공급에 먹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본원의 영양사들은 2017년 일본의 한 병원을 찾아가 무스식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배워왔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 형편에 맞도록 개선해 맛, 질감, 모양을 다 갖춘 ‘희연 무스식’을 제공해 드릴 수 있게 됐고 환자분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 시대, 곧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견되고 저출산도 가속화되고 있다.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먹는 분유, 이유식 등에 대한 정보와 제품들이 굉장히 많이 개발되는 것은 그만큼 맞벌이 부부 증가, 아이에 대한 관심도 상승 등 다양하고 까다로운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들은 아직까지 많지가 않다. 욕창 환자를 위한 고단백 경관식, 당뇨환자용 식사 등 환자식과 더불어 고령화 시대에 맞춰서 노령층의 건강한 음식 섭취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머지않아 나의 부모도 고령자가 되셨을 때 먹는 즐거움을 안겨 드리고 싶고, 언젠가 나 자신이 고령자가 되었을 때도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병원 및 개인적으로도 무스식에 대해 많이 알고 접하게 됐으면 한다.

    전현영 (희연병원 영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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