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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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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날씨 - 박지웅

  • 기사입력 : 2020-06-25 0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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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구름 많은 손바닥을 가졌네

    손 안의 날씨가 흐린 것은

    먼 곳을 쓰다듬는 오랜 버릇 때문이네

    한때 손은 부드러운 디딤돌이었네

    우리가 건너가고 넘어오는 길이었네

    얼마나 숱한 밤을 손에서 놓쳤던가

    손을 펴면 멀리 손 흔드는 사람아

    그리워하면 손 안에 바깥이 생기네

    나 빗물 많은 손바닥을 가졌네


    ☞ 그래요! 우리는 언제나 날씨로 시작합니다. 하루의 시작이 그렇고, 그대에게 안부를 전할 때가 그렇고, 모처럼의 여행도 그렇습니다. 손에는 손가락으로 뻗어가는 무한한 섬세함이 있듯이 날씨에도 마법 같은 감정들이 스며있습니다. 사계절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날씨에 좀 더 예민한 감각을 키우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감촉들을 기억합니까? 사랑할 때 우리의 손은 언제나 부드러운 디딤돌이 됩니다. 손은 작은 행성처럼 우주의 궤도를 돌며 날씨를 만들고, 그대와의 거리를 만들고 변덕스런 날씨를 만들기도 합니다. 손에서 놓치면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먼 것이 되어버립니다.

    시와 노래 속에는 손에 관한 표정이 많이 나옵니다. 이제부터라도 유심히 들어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고, 끝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유희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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