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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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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역에서 - 서석조

  • 기사입력 : 2020-06-18 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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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발해도 좋습니다 깃발을 높이 들자

    잘 다녀오겠습니다 환한 얼굴의 손짓들

    나 여기 필생 역무원 낮이거나 밤이거나


    칙칙칙 콧김을 쉬며 게으른 하품을 하며

    하 먼 길 육중한 몸 걷거나 달리거나

    나 여기 필생 역무원 하릴없이 꼿꼿 서서


    *월정리역: 철원의 비무장지대 남쪽 한계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마지막 기차역.


    ☞ 약속은 아름다워야만 합니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말입니다. 하물며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은 더더욱 아름답게 지켜져야 되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동안 염원하며 평화통일을 꿈꾸며 서 있는 녹슨 열차의 꿈은 아직도 그대롭니다. 요즘처럼 국내외 정세가 매우 불안할 때는 더욱 간절함으로 다가오는 약속의 가치에 대해 생각합니다.

    서석조 시인의 시조 ‘월정리역에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통일이 오기는 오는 걸까? 언제쯤 아이들의 활기찬 인사처럼 환한 기적소리로 들려올까? 생각할수록 염원의 폭은 넓어집니다. ‘출발해도 좋습니다 깃발을 높이 들자’, ‘잘 다녀오겠습니다 환한 얼굴의 손짓들’ 같이 남북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과 역무원의 깃발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자 꿈인 것입니다. 오늘의 어지러운 정세가 아름다운 소통으로 잘 마무리돼 평화의 꽃이 피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합니다.

    마냥 하릴없이 서성이는 신기루 속의 역무원이 아니라, 정복을 입은 실존적 역무원의 힘찬 깃발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부디 2년 전의 약속이 아름답게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詩를 힘껏 포옹합니다.

    임성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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