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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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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2) 할머니와 사는 은주

“할머니가 저를 지켜줬듯 힘든 아이 돕는 경찰 되고파”
장애 앓는 엄마, 몸 곳곳으로 유방암 전이
정신질환 앓는 아빠도 매일 약으로 버텨

  • 기사입력 : 2020-06-10 07: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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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 대동면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9살 이은주(9·가명·여)는 엄마와 아빠 모두 아파서 태어난 이후 부모님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아빠는 정신장애 3급, 엄마도 정신장애 2급의 장애를 갖고 있어 제대로 된 육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주는 태어난 지 6개월 이후 줄곧 할머니와 살고 있다. 은주 부모는 정신이 온전치 못해 제때 분유도 챙겨 주지 못했고 심지어는 아기 은주를 혼자 두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에 할머니 김모(75)씨는 할아버지와 은주를 도맡아 키워야 했다.

    그렇게 할머니 아래에서 자란 은주는 초등학생이 됐지만 아직 엄마와 아빠가 어색하기만 하다. 은주 부모는 김해 내동에 따로 살고 있어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개학이 미뤄지며 매일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지난달 김해시 대동면의 은주 집에서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관계자가 은주와 은주 할머니를 상담하고 있다.
    지난달 김해시 대동면의 은주 집에서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관계자가 은주와 은주 할머니를 상담하고 있다.

    집에서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은주는 “별로 할 게 없어요. 친구도 없고”라며 “스마트폰으로 동네 한 명 있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긴 하지만 거의 만나지 못하고 있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은주 할머니는 “지난달 일을 해야 해 어쩔 수 없이 한 달 동안 은주를 부모네 집에 보내놓은 적이 있다”며 “그때 매일 전화가 와서 “할머니 보고 싶다. 할머니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은주는 엄마, 아빠와 있어도 지금껏 제 손에 자랐기 때문에 부모와 있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장애를 앓고 있는 은주 엄마는 최근 몸이 더 나빠졌다. 과거 앓았던 유방암이 몸 곳곳에 전이가 된 것. 유방암은 수술로 치료를 했지만 암이 전이돼 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암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도 빠지며 은주를 보는 것은 고사하고 본인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은주 아빠도 정신질환 약을 매일 먹으며 보통의 삶의 살기가 어렵다. 충동조절장애가 있어 감정적으로 동요되기라도 하면 은주가 있건 없건 소리를 지른다. 은주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은주네는 최근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은주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또 함께 살고 있는 은주 고모는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할머니가 보살펴야 한다. 이들 가족의 생계를 할머니 혼자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은주 할머니는 “은주 아빠와 고모를 낳을 당시 임신중독 증세로 인해 아이들이 선천적 장애가 생긴 것 같다. 아이들을 임신했을 당시에도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며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못난 엄마를 만나 아프게 태어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은주 할머니는 과거 폐지를 줍거나 공공 근로를 하기도 했지만 이젠 무릎이 아파서 그마저도 하기 힘들다. 오랜 세월 고된 노동과 은주를 키우느라 양쪽 무릎 관절이 파열이 됐다. 지금은 인공 관절을 이식해 놓았다. 수술이 잘못된 것인지 무릎이 다 굽혀지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사망 이후 생계는 더 팍팍해져 이곳저곳에서 생계를 위해 돈을 빌렸고 그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은주는 웃음으로 이겨내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다른 재미있는 놀이가 있냐는 물음에 은주는 “없어요”라며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죠”라고 웃어 보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은주 할머니는 “동네에 놀이터도 없고 지금까지 해본 게 거의 없어서 무엇이 재미있는 놀이인지 모른다”며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도 은주는 씩씩하게 꿈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예전에 친구 한 명과 시내 식당에 갔던 적이 있는데 친구가 없어졌어요. 그때 경찰관 아저씨가 너무 멋지게도 친구를 찾아준 것을 보고 저도 경찰이 돼 힘든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글·사진=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5월 13일 10면 ‘고시원서 엄마·동생과 사는 지은이’ 후원액 500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일반 모금 37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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