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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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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1) 고시원서 엄마·동생과 사는 지은이

“낯선 고시원 생활 힘들지만 축구선수 꿈꾸며 버텨요”
가정폭력 시달리던 엄마, 아빠와 이혼 후
연고 없는 김해로 도망치듯 이사

  • 기사입력 : 2020-05-13 07: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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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김해의 한 고시원에서 지은이네 가족이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김해의 한 고시원에서 지은이네 가족이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축구 선수가 돼서 돈을 많이 벌어 엄마께 드리고 싶어요”

    10살 지은(가명·여)이는 김해의 한 좁은 고시원에서 엄마, 동생과 살면서도 씩씩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지은이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 친구들과 축구를 해본 적은 없지만 학교에 가면 꼭 뛰어 놀고 싶다”고 말했다.

    지은이네는 최근 연고가 없는 김해로 이사를 왔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던 엄마는 결국 이혼을 택했고 전 남편에게 도망쳐 왔다. 지은이는 김해로 이사오며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 불안감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은이는 아빠의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빠는 허구한 날 엄마를 때렸고 그때마다 지은이는 엄마가 죽을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어떤 날에는 아빠는 지은이를 때리기도 했다. 지은이는 얼른 어른이 돼서 엄마를 보호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10여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엄마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신체에도 외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혼 후에도 전 남편과 채무자들에 괴롭힘을 당했다. 그 이후부터 지은이와 동생은 낯선 사람이 무섭기만 하다.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고시원 생활은 녹록지 않다. 지은이는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옆방에서 뭐라고 할까봐 스스로 숨을 죽이곤 한다. 한 명이 있기에도 좁은 공간에 세 식구가 있다 보니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시원에 있는 의자는 자리만 차지해 책상 위로 올려놓았고 지은이와 동생은 침대에서 지낸다. 침대는 아이 둘이 앉아만 있어도 남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엄마는 주로 바닥에서 지낸다.

    자매는 아직 낯선 사람이 두려워 밖에 잠시 나가기도 망설여진다. 아이들의 유일한 친구는 휴대폰 게임이 전부이다.

    지은이 엄마는 마음과 몸의 상처를 아직 치유하지 못해 일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지만 아직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두통이 심해 진통제를 달고 사는 날이 많다. 지금은 긴급생계비를 지원 받아 최소한의 생활은 이어가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없었을 땐 세 식구가 지은이와 지은이 동생의 급식 카드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지은이와 동생은 힘든 엄마를 오히려 보듬으며 생활하고 있다. 좁은 고시원에 살면서도 한 번도 투정하거나 보챈 적이 없다. 엄마는 이런 아이들의 배려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하고 아이들이 등교를 하면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이곳에서 오래 살 수 없으니 앞으로 어디서 살지 엄마는 걱정만 쌓인다.

    그럼에도 지은이와 동생은 꿈을 잃지 않고 있다. 지은이 동생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지금 섣불리 일을 시작했다가 현재 상태로는 일을 그르칠 것 같다.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날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해시 통합사례관리사는 “지은이 엄마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무기력과 불안, 낮은 자존감, 심리적 위축 등 가정폭력 피해자의 특성이 관찰된다. 오랜 고통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 치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임에도 자신과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삶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가 있다. 이들 가족이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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