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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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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6) 숙독정사(熟讀精思)

- 자세히 읽고 정밀하게 생각하라

  • 기사입력 : 2020-04-28 08:29:40
  •   
  • 동방한학연구소장

    4월의 달력을 보면, 3일 ‘예비군의 날’을 필두로 10개의 각종 기념일, 행사일 표시가 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독서의 날’이 4월 23일인데, 어떤 달력에도 표시하지 않았다.

    옛날 스페인의 카탈로니아(katallonia) 지방의 공주가 나쁜 용에게 납치되어 가자, 청년 조지(Joji)가 구출해 주었다. 공주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책 한 권 선물했다고 한다. 그날이 4월 23일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남녀 간에 책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4월 23일을 ‘세계 독서의 날’로 지정하였다. 또 영국의 셰익스피어,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등 많은 문학가들이 서거한 날이 4월 23일이기도 하다.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세계 독서의 날’ 기념행사를 하는데, 우리나라 달력에서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국가부터 ‘독서’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는 세계에서 책을 가장 좋아하던 나라였다. 그러던 나라가 어떻게 책에 가장 관심이 없는 나라가 되었을까?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은 7.5권에 불과하다. 2년 전의 9.4권보다도 1.9권 줄었다. 성인의 40% 정도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성인들은 1년에 70여권으로 우리나라의 10배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은 세계 166위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면서 독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물론 종이로 된 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글을 읽고,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 영상으로 글을 읽고 있으니, 종이 책 통계만으로 그런 주장을 하면 안 된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종이책과 영상물에 대한 머리의 반응이 다르다. 그것은 지리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과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차이가 크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도 지리산을 볼 수는 있지만, 걸어 올라간 것처럼 자신의 땀과 느낌으로 조합된 정신적 육체적 경험이 될 수 없다. 종이책은 자기 머리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되지 않지만, 영상물은 자기 머리를 작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뼈와 핏속에 흡수가 되지 않는다.

    흔히 책을 왜 안 읽느냐고 물으면, “시간이 없습니다.”, “한 번 보고 버릴 책인데, 비싼 돈 주고 살 것 있습니까?” 등등의 답을 한다. 그러나 좋은 책은 두고두고 여러 번 보아도 된다. 또 책값이 아까우면 도서관에서 빌려 봐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학문과 관계있는 노벨상을 아직 받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서를 안 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서 책을 읽으면서 다급한 마음이 아닌 차분한 마음으로 읽으면 평생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熟 : 익을, 숙. * 讀 : 읽을, 독.

    * 精 : 정밀할, 정. * 思 : 생각할, 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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