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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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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14) 제25화 부흥시대 124

“꽃이 예뻐요? 내가 예뻐요?”

  • 기사입력 : 2020-04-15 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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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화라는 부령 기생은 미모가 출중하고 시도 잘 지은 모양이다. 그녀의 시가 조선의 허난설헌과 중국 춘추시대 위강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려의 시에 의하면 눈처럼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는 여인이다. 그처럼 아름답고 재주가 뛰어난 여인이 한낱 기생으로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김려는 연화가 백두산의 맑은 정기를 받고 2천년 만에 피어난 꽃이라고 칭찬을 했다.

    “김려의 시가 많은가?”

    “많아요.”

    보리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피어 있는 복사꽃 가지 하나를 꺾어 왔다.

    “회장님.”

    보리가 꽃으로 이재영의 얼굴을 간질렀다.

    “왜?”

    “꽃이 예뻐요? 내가 예뻐요?”

    보리가 웃음을 머금고 애교를 부렸다.

    “보리가 예쁘지.”

    “에이. 꽃이 예쁘다고 그래야죠.”

    “꽃이 예쁘네.”

    “그럼 오늘 밤 꽃하고 주무세요.”

    보리가 꽃으로 이재영을 때리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절화행(折花行)’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절화행의 시에 나오는 여자는 남자가 꽃이 예쁘다고 하자 꽃을 발로 밟아 뭉갰다고 한다.

    귀엽게 앙탈을 하는 여자의 모습을 눈에 보일 듯이 표현한 시다.

    “연화가 앵두가지를 들고 김려에게 물었대요. 앵두가 예뻐요? 내 입술이 예뻐요? 이렇게요.”

    연화가 김려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조선시대지만 놀라운 연인들의 모습이다.

    “두 사람이 잘 살았나?”

    “아니요. 김려는 얼마 되지 않아 유배지가 바뀌어 경상도 진해로 유배를 갔대요. 연화가 가끔 편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그런데 부령에서 진해로 편지를 보내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요?”

    “글쎄….”

    “300일이 걸렸대요. 인편에 편지를 보내는데 편지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자기 볼일 다보고… 농사지을 거 다 짓고 가니까 그렇게 시간이 걸렸대요.”

    편지 한 번 보내는데 300일이 걸리다니. 그들의 삶이 쓸쓸하게 생각되었다.

    “안타깝네.”

    결국 김려와 연화는 다시 만나지 못하고 죽었다. 부령과 진해는 3000리 먼 길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회장님.”

    “응?”

    “꽃이 예뻐요? 내 입술이 예뻐요.”

    보리가 한껏 애교를 부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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