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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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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12) 제25화 부흥시대 122

“맛이 어때요?”

  • 기사입력 : 2020-04-13 0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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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냇가에는 수양버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수양버들도 벌써 연둣빛의 잎사귀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맑은 물도 졸졸거리고 흘러갔다.

    엊그제까지 겨울인 것 같았는데 만물이 생동하고 있었다.

    “회장님, 여기서 점심 먹고 가요.”

    보리가 냇둑에 보자기를 깔고 음식을 차렸다.

    김밥도 있고 전도 있었다. 이재영은 냇둑에 앉았다. 어디선가 송아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이걸 보리가 다 한 거야?”

    보리가 싸온 음식이 푸짐했다. 이재영이 김밥을 하나 집어먹었다.

    “네. 맛이 어때요?”

    “보리가 해서 그런지 맛있네.”

    이재영이 빙그레 웃었다.

    “진짜요?”

    “응. 맛있어.”

    “다행이다. 맛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보리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는 꼭 우리 고향 같다.”

    “평양?”

    “제 고향은 부령이에요.”

    “평양에서 피난 왔다고 하지 않았나?”

    “원래는 부령에서 살았는데 해방이 되자 평양으로 이사한 거예요. 부령이 유명한 게 뭔지 아세요?”

    “몰라.”

    부령은 함경남도에 있다.

    금강산은 가 본 일이 있으나 부령을 가보지는 못했다.

    “부령에는 노천 온천이 있어요. 개울물이 따뜻해요.”

    “개울이 온천이야?”

    “부령의 가리촌이라는 마을의 골짜기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1km를 흘러가요. 겨울에도 따뜻해요. 담정 김려라는 사람도 유명하고요.”

    “김려가 뭐하는 사람인데?”

    김려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조선시대 사람인데 천주교를 믿는다고 친구가 밀고를 해서 부령으로 유배를 왔대요. 부령에서 선비들을 가르치고 시를 많이 지어 그가 죽은 뒤에 부령의 선비들이 사당을 지었어요. 그 사람 시집도 널리 퍼졌고요. 부령일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대요.”

    “그런데 왜 나는 모르지?”

    “에이. 부령에서만 널리 퍼져서 그래요. 나도 시를 외워요. 요즘도 그 시가 생각이 나요.”

    “왜?”

    보리가 술을 따랐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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