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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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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적인 일에는 공적인 접근법이 답이다-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0-03-17 20: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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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정부에 대한 각계의 비판과 책임론이 쏟아졌고, 이에 대통령은 상황이 종료된 후에 복기해 보자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정부는 후일 이번의 상황 전반을 복기하며 미흡했던 부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지금 여기서는 ‘공적 마스크’ 문제를 짚어 보려 한다. 흔히들 ‘마스크 대란’이라 일컫는다. 급증하는 마스크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한 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는 일들이 거듭되면서 널리 회자되기에 이른 표현이다.

    이런 심각한 마스크 수급 불균형 문제의 직접적인 발단은 마스크의 용도와 바른 사용법 등에 대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일찍부터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본다. 이것이 수요급증의 도화선이 되었고,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킨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정부 스스로 갈피를 못 잡다 보니, 수급조절 대책을 적기에 내놓지도 못했다. 뒤늦게 서둘러 마련한 공적 마스크의 수급대책조차 신통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바, 이것은 수단을 잘못 선택한 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마스크 공급의 상당 부분을 공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은 늦었으나마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공적인 일에 사적인 유통체계를 적용한 것이 잘못이었다. 공적인 일에는 공적인 접근법이 답이다. 사회서비스와 같은 공적인 제도도 시장의존적인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아직도 많은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거기서는 민간부문 공급의 과잉 혹은 난립이 그 부작용의 주된 원인이었다. 공적 마스크의 경우는 공급부족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는 앞의 예와 다르나, 시장의존적 접근법을 택함으로써 정책의 변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공적인 마스크라면 그 공급체계까지 공적이어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5부제를 포함한 정부의 공적 마스크 수급대책을 ‘사회주의’니 ‘배급제’니 하면서 비판하지만, 적절한 지적 같지 않다. 오히려 공적인 개입의 수위를 배급제에 가깝게 더욱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유통망과 판매처를 통하는 방법이 아니라, 공적인 행정망과 전달체계를 활용하면서 유통과 재고관리 등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편을 택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안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제안된 바 있는 것으로 안다.

    민간 유통망을 통해 마스크를 배포해야 할 약국만 전국에 2만개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읍면의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합하면 그 수가 엄청나다. 이들 공급처의 지역편중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반면에 읍면동은 전국에 3500곳 남짓에 불과하다. 수요자 접근성에 큰 문제가 없고, 지금처럼 재고를 찾느라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1인당 주2매로 구매 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지난 한 주간 공급된 공적 마스크가 4800만여 매였음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주1매로 낮추는 것이 옳다.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감안할 때, 주1매라 하더라도 안정적 확보를 보장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잘 설명하면 국민도 납득할 것이다. 정부는 KF80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바, 이로써 공급 상황이 개선되면 KF94와 결합한 1+1 판매를 격주로 병행할 수도 있다.

    읍면동에 인구비례로 첫 1주일 동안은 비축만 한 후 시행 2주차부터 판매를 시작하며, 가족 중 누구라도 주중에 한 번 주민센터에 가서 등록된 가족 수대로 구입하면 된다. 구입단가도 낮출 수 있다. 늘어날 공무원의 일 부담은 사회적 일자리나 자원봉사 확대로 덜 수 있다. 기존의 군 병력 및 차량 지원을 확대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다. 와상 독거노인이나 중증 장애인,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거주자나 장기 입원자 등을 위한 대책은 물론 따로 세워야 한다. 지금 당국에 필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의 신뢰이며, 근시안적 미봉책으로는 그것을 얻기가 어렵다.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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