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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남부내륙고속철도 ‘20분’ 갈등-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20-02-26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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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을 놓고 창원시와 서부경남 자치단체 간 공방을 접한 서울 지인이 경제성도 없는 철도 건설로 지역 갈등만 발생시킨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전달해 왔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여 언젠가는 이 사업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감추지 않았다.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들렸다. 경남 지역 내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변경 논란은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기초용역 보고서상 노선은 김천~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를 통과한다. 이를 기초로 국토교통부가 구상한 고속열차 노선은 서울~진주~거제, 서울~진주~마산을 운행하는 2개 노선이다. 서울~진주~마산행 열차는 진주까지 남부내륙고속철도, 진주~마산 구간은 기존 경전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고속열차 주행시간은 하행선을 기준으로 서울~진주 2시간15분, 서울~거제 2시간42분, 서울~마산 2시간48분이다.

    창원시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철도 노선은 김천~합천~의령~함안~고성~통영~거제로 진주를 통과하지 않는 것이다. 고속열차 노선도 기존 2개에서 서울~진주, 서울~마산, 서울~거제 등 3개 늘리면서 ‘복합열차’ 개념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최종 목적지가 다른 두 대의 열차를 결합하여 운행하다, 함안에서 분리해 마산역과 진주역으로, 다음 열차는 마산역과 거제역으로 각각 분리해 운행하면 3개 노선 모두 운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경우 김천~거제 간 철도가 약 10km 단축돼 공사비 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고속열차 주행시간도 서울~거제 5분, 서울~마산 20분 단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기존 안과 창원시 건의안을 비교해서 진주와 창원지역의 편익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창원시 건의안을 기준으로 할 때 진주는 서울~진주 주행시간이 10분 늘어난다. 여기다 열차운행 횟수도 당초 하루 편도 25회에서 12~13회로 절반 이상 줄게 된다. 이에 비해 마산은 주행시간이 20분 감축되면서 운행횟수도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진주시를 중심으로 서부경남지역 시군에서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이 지역주의에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창원시가 열차주행시간 단축과 운행횟수 증가를 위해 새로운 철도 노선을 건의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남도 전체를 볼 때 바람직한 노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남부내륙고속철도의 건설 목적과 기대이익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경남에서 서울 접근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느냐, 반대로 서울에서 경남 접근성 향상에 있느냐에 따라 기대이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현재까지 고속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철도 노선이 신설돼야 한다. 수도권에서 남해안과 지리산 권역의 접근성이 향상되면 관광객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남 내 지역균형발전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경남에서 수도권 접근성을 높이면 수혜지역 도민의 편익은 향상되지만 수도권 ‘빨대효과’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고속철도의 수혜 대상을 서부경남에서 중부경남 도민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한다면 마산(창원)~서울 간 고속철도 운행시간을 20분 단축시키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울~마산 간에는 운행시간이 3시간10분 이내의 고속열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느 노선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운행시간 20분 단축을 위해 지역 갈등을 부채질할 것이 아니라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허승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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