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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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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 기사입력 : 2020-02-05 20: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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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월 17일 저녁, 마산 실내 체육관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모인 관중들의 열기로, 겨울 추위조차 무색할 만큼 달아올랐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체육관이지만, 관중석에는 홈팀 BNK썸농구단에서 준비한 선수소개 플래카드와 지역소재 기업들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들이 어우러지고, 홈팀에서 제법 큰돈을 들여 경기장 바닥 공사를 다시 하고 최신식 전광판과 농구골대 등 장비들을 준비한 덕에 TV에서 보던 다른 경기장에 결코 손색이 없는 게임환경이 만들어 져 있었다. 이에 화답을 하듯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광적으로 홈팀 BNK선수들을 응원하였다.

    스포츠라는 것이 그렇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두 팀이 맞붙어 싸우는 경기를 볼 땐 몰입도 안 되고 건성건성 보게 되지만, 그것이 지역으로 엮어졌건 또 다른 인연으로 걸쳐졌든, “이 팀이 우리팀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세상에서 제일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는 경기로 바뀐다. 그날의 관중들도 그래 보였다.

    BNK썸농구단이 경남 홈팬에게 첫선을 보인 자리였음에도, 관중들의 일체감과 몰입감이 요샛말로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폭풍처럼 질주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응원의 함성을 보냈고, 힘들게 찬스를 만들어 던진 공이 림을 외면할 때면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마치 선수들과 한 호흡인 것처럼 경기에 몰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9점차의 아쉬운 패배였다. 그리고 그다음 20일의 경기는 큰 점수차의 역전패였다. 팬으로서 응원하는 팀이 큰 점수차로 지고 있는 4쿼터 농구경기는 보기에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좀 더 경기가 잘 풀렸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원인일수 있으나, 지고 있기에 우리 선수들의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 두 게임 홈 관중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대세가 완전히 기운 와중에도 공을 쫓아 코트에 나뒹굴고, 이를 악물고 상대의 공을 뺏으려는 선수들의 비장한 표정을 보며 안타까워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아 짐짓 안심하고 있는 듯도 보였다. 관중들은, 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을 보아서 좋았고, 홈팀에서 준비한 풍성한 경품 선물이 즐거웠다. BNK선수들도 경남홈팬의 애정을 확인하여 좋았고, 상대팀은 이겨서 더 좋았겠다.

    올해 창단 첫해인 BNK썸농구단은 6승 15패로 전체 6개 구단 중 6위이다. 그러나 가장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올해 경험을 쌓으면 내년 시즌에는 돌풍을 일으키리라 예상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꼴찌를 해본 경험이 내년도를 기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눈물 젖은 빵의 신화처럼 꼴찌를 극복한 사례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선수시절 스타가 되지 못했으나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 월드컵 4강을 이끈 히딩크 감독과 손흥민이 펄펄 날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모리뉴 감독이 그러하고, 최근 올림픽 9회 진출의 쾌거를 이끌어낸 김학범 감독이 그러하였다. 이들은 꼴찌로서 시련은 겪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꼴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며 팀을 이끌었기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반색하며 2020년을 연 지 한 달도 안 되었건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경기의 발목을 잡아 경제적 꼴찌 상황으로 더 깊이 몰아넣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비상을 꿈꾸는 꼴찌농구단처럼, 히딩크처럼, 모리뉴처럼, 또 김학범처럼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임을 믿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꼴찌들에게 갈채를 보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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