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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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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59) 제25화 부흥시대 69

“술맛이라면 모를까…”

  • 기사입력 : 2020-01-29 07: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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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룡공원을 구경한 뒤에는 점심식사를 했다.

    황대선 사원 입구에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장사치들이 다양한 음식을 요리하고 사람들이 음식냄새를 맡고, 구경을 하고, 음식을 사서 먹고는 했다.

    “이거 맛있겠다. 우리 이거 먹어요. 이것도 맛있겠다.”

    김연자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랐다. 튀김도 있고, 불에 구운 꼬치도 있고, 삶아서 양념을 한 것도 있었다. 이재영도 음식을 살폈다. 돼지족발도 있고, 오리혀를 삶아서 향신료를 뿌리고 양념을 한 음식도 있었다.

    “맛있다.”

    양고기꼬치는 독특한 향신료를 뿌려 냄새가 좋고 맛도 좋았다. 김연자가 술까지 주문했다. 이재영은 술을 마시면서 양고기꼬치를 먹었다.

    “회장님, 주유천하 아세요?”

    김연자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주유천하?”

    “네. 우리나라는 김삿갓이 주유천하를 하고 중국은 이태백이 주유천하를 했잖아요? 그래서 별호를 주선(酒仙), 주태백이라고도 부르고요. 주유천하를 하면 좋지 않겠어요? 저는 언젠가 주유천하를 해보고 싶어요.”

    “여자가 무슨 주유천하를 해?”

    “피! 옆에 든든한 남자가 있으면 되죠.”

    김연자의 말에 이재영은 유쾌하게 웃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주유천하라니. 김연자가 뜻밖에 호방한 남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양고기꼬치도 먹고 새우튀김도 먹었다. 국수와 만두까지 먹자 배가 불렀다.

    길거리에는 찻집도 있었다.

    중국인들은 유난히 차를 좋아하여 차를 팔아 부자가 된 상인들도 많았다.

    이재영은 김연자와 함께 광동성 특산물이라는 용정차를 마셨다.

    “차 맛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술맛이라면 모를까…….”

    “누가 들으면 연자가 술꾼인지 알겠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심할게요.”

    “그래.”

    김연자는 끊고 맺는 것이 분명했다. 사무실에서는 이재영에게 허튼소리를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눈치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이재영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차를 마시면서 쉰 뒤에 황대선 사원으로 들어갔다. 황대선 사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김연자도 기도를 했다.

    황대선은 의술이 뛰어나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인물이었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 광주에 세워져 있던 사당을 홍콩으로 옮겼다고 했다.

    황대선은 중국인들에게 추앙을 받는 인물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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