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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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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8) 제25화 부흥시대 48

‘권력이 무섭기는 하구나’

  • 기사입력 : 2019-12-26 08: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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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건물은 4층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속했다. 거리와 주택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재영은 백화점을 오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휴전회담에 적극적인 이상 언젠가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화점을 오픈하는 날은 5월1일로 정했다.

    변영식과 이철규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화점을 단장하고 직원들을 채용하여 교육을 시켰다. 백화점에서 팔 물건도 수입해 왔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보다 고급스러워야 했기 때문에 수입을 많이 했다. 수입품은 홍콩과 미국을 통해서 수입했다. 미국에서의 수입은 한 달 이상 걸렸으나 홍콩 재품은 일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영국과 유럽 제품까지 수입할 수 있었다. 일본과는 무역을 할 수 없었으나 미국인이나 홍콩을 통해 우회 무역을 했다.

    무역회사 대표인 박민수가 구매부 직원들을 데리고 홍콩을 자주 오갔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도 채용되었다.

    여성과 남성 의류, 아동복, 화장품, 제화, 위스키, 맥주, 귀금속 등 취급하는 물품도 많았다. 고급 식당도 백화점 안에 마련했다

    이재영은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4월에는 전주에 있는 제지공장까지 불하받았다. 직원이 500명에 이를 정도로 큰 공장이었다. 박두영에게 돈가방을 가져다가 주었기 때문에 그가 막후에서 활약했다. 불하자금은 그의 사촌형인 박불출이 있는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재영은 제지공장을 둘러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큰 공장을 불하받다니.’

    이재영으로서는 횡재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박두영에게 준 돈가방보다 수백 배에 이르는 이익이었다.

    ‘권력이 무섭기는 하구나.’

    이재영은 전주와 서울을 오갔다. 제지공장 사장에는 공장장인 최인기를 발탁했다. 부사장에는 육촌 동생인 이영규를 임명하고 그를 통해 대구 사람들을 불러 공장에서 일하게 했다. 특히 경리부와 영업부는 이철규와 상의하여 충성심이 강한 인물로 임명했다.

    총무부장에는 치안국장 이종일의 동생 이종민을 임명했다. 이종일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하고 외압도 막아야 했다.

    공장이나 큰 사업체에는 돈을 뜯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찰이나 헌병들도 상대해야 했다. 그들도 항상 돈을 요구했다.

    제지공장 때문에 바빴으나 마침내 백화점을 오픈하는 날이 왔다.

    며칠 동안 신문에 광고를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손님들이 밀려들어왔다. 백화점은 첫날부터 이재영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몰려왔다.

    ‘전쟁 중인데 이렇게 손님이 많이 오다니….’

    이재영은 백화점의 매장을 둘러보고 감탄했다. 이재영을 수행하는 변인식의 얼굴에도 흡족한 미소가 나타났다. 그는 백화점 오픈이 임박하자 잠도 자지 않고 준비를 했다.

    “백화점에 물건이 떨어지지는 않겠지?”

    이재영은 임원들과 점식식사를 하면서 박민수에게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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