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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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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북한의 신년사 예상과 우리의 대응전략-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12-19 20: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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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의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2020년 신년사의 대미 부분에 있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및 미국에게 지난 연말까지 시한을 주었으나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선제조치를 자신의 과실로서만 활용했다. 부득불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천명한다. 우리가 선의로서 취한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를 해제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조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제 정신을 차리고 적대시정책 철회와 제재 해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우리의 조치들은 다시 철회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기간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갈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남 부분에 있어, “2019년 남한이 대미굴종적 태도를 일관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격화되었다. 금강산 및 개성공단 재개 등에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전의 눈치나 보면서 기회를 저버렸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이 미진한 것은 전적으로 남한의 책임이다. 지난해 북미관계 개선은 남한의 도움으로 된 것이 아니다. 북미 정상간 신뢰에 따른 것이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앞으로 남한 대통령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남한과 대화·교류를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남한이 계속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외세의존적으로 나아가고 환경과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나 교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경우 9·19 군사분야 합의서의 무효화와 함께 남북관계는 파탄날 것이다. 남한 보수 세력의 비난의 도가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넘어가고 있다. 반북 분위기를 계속 조성한다면 남북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남한내 평화세력과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의 내용이 예상된다. 대외 부분에 있어 “중국과 쿠바, 러시아 등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며 제국주의 미국이 펼치는 압살정책의 부당함을 계속 전파해 나갈 것이다”가 주요 내용으로 담길 듯하다.

    2020년도 한반도 정세는 엄중함을 예고한다. 엄중할수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원칙적 입장 견지가 중요하다. 북한의 인위적인 긴장고조와 통미봉남, 총선을 앞둔 국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원칙에 흔들림 없이 버텨 나가야 한다. 긴호흡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경험적으로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정권 담당자가 성과에 서두르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통한 북핵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완전히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속적인 관여를 해야만이 나중에 북미대화 구도가 정립되더라도 ‘코리아 패싱’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어떤 비핵화 상응조치를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요구된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관계 특수성에 따른 우리의 독자성 확보도 중요하다. 당장 내년 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관광·인프라 구축·사회문화·국제경기·대북지원 등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들에 대한 인내심 있는 관여 노력이 요구된다. 반드시 9·19 군사분야 합의는 지켜야 한다. 이것이 무효화되면 남북관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다. 접경지역의 긴장관계에 적절히 대응하고 불필요하게 쟁점화하거나 악재로 작용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사업은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러시아·일본 등과의 1.5 트랙 수준에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분야 개발이 시급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한중 정상의 상호 방문 등 정상 차원에서 한중 공조를 해나가는 동시에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진영 구도로 가지 않도록 균형외교를 펼쳐야 한다. 위기와 기회는 모두 사람이 만든다. 우리가 노력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위기 극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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