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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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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리가 함께 누리는 가치를 위하여-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 기사입력 : 2019-12-18 2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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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우리는 문화예술의 수준이 지역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문화예술의 평등한 수혜는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지역 고유 문화자산의 우수성만으로는 지역 경제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문화적 수혜의 높은 담장을 타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지역의 욕구는 문화계 자체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기업이 앞장선 메세나 활동이 그 부족한 자리를 메꾸게 된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이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근대적 메세나 활동은 1966년 미국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여 기업예술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메세나 활동은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가 발족되면서 본격화되었고, 2019년 상반기 기준 235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해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남지역의 경우는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이 경상남도와 함께 2007년 ‘기업과 예술의 아름다운 동행’을 표방한 사단법인 경남메세나협회를 창립하면서 조직적 지원활동을 주도했다. 이듬해인 2008년 130개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 결연을 맺었고, 특히 2013년에는 창립 이후 최다인 355개 팀과 결연을 맺어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청소년과 시절거주자 등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9년 현재 경남메세나협회를 통해 지원받은 경남의 예술단체들은 활발한 공연과 전시활동을 펼치며 경남 문화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기여 외에도 이미지 제고와 기업 문화 형성, 판매 촉진 등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주요 방안이 되기도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012년 대기업의 참여로 제주도에 시현된 ‘가파도 프로젝트’가 그 좋은 예이다. 가파도에 방치된 오래된 건축물을 경제와 문화 그리고 생태계의 복원에 초점을 두고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갤러리, 아티스트 작업공간은 물론 스낵바와 아카이브룸을 갖춘 휴식공간, 숙박시설, 레스토랑, 버려진 창고를 리뉴얼해 만든 마을 강당 등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이후 문화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가파도는 주민들이 지금껏 가꾸어 온 섬문화에 문화예술이 접목되면서 활력이 넘치는 섬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대기업이 가진 자금력과 역량, 풍부한 네트워크와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지역 내 대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지역민의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크기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경남도내에 본사 또는 제조공장을 둔 일부 대기업의 경우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문화예술분야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메세나 활동을 주저하고, 본사가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남의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은 곧 지역의 지속가능성의 동력과 ‘같은’ 말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마산 앞바다에 가고파가 흐르고, 어스름이 깔린 저녁의 진주, 노을의 온기가 남은 남강을 따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며, 창원 불모산 자락을 물들인 단풍잎들은 재즈 선율을 따라 춤을 추며 떨어지는 그런 상상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풍경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일상의 혜택, 그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안태홍(BNK경남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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