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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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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민식이법’과 안전의식- 오근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9-12-11 2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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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대치 국면에서 국회에 계류 중이던 일명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 종료일인 2019년 12월 1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올해 9월 11일 어린이 보호구역(school zone)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9살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개정법의 다른 이름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내용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특히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 시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린이에 대한 생명안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만큼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긴 하였으나, 법규를 준수한 운전자까지 3년의 징역형을 살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이라는 이유로 반대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 법에서 처벌 강화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규정 속도 이상(30㎞)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의무를 위반’하여 사고가 난 경우로 한정되므로 ‘법규를 준수한 운전자도 처벌한다’는 주장은 사실과는 다르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을 전제로 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법정 형량이 고의적으로 일으키는 살인범과 동일시되게 취급하게 되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은 일응 타당한 부분이 있는 바, 교통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가 안전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 신청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안들이 올해 정기국회 안에 통과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교통안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 보행자를 포함한 모든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양보의식일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 비율이 OECD 회원국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고, 특히 횡단보도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이는 보행자가 횡단 중 차와 부딪히게 되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음에도 운전자의 양보의식 부재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 할 것이다. 이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보호구역만이라도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시와 독일의 경우 여러 해 전부터 스쿨존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였으며, 뉴욕시 교통국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학교 주변의 과속운전은 63%나 감소했고, 같은 기간 스쿨존 내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는 15% 줄어들었다고 보고된 점에 비추어 본다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감소라는 수치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다소 낮게 다가올지 모르나, 이러한 수치는 단순 숫자가 아닌 한 아이의 생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이번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운전자는 보행자에 대한 양보의식이, 보행자는 안전의식이 고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근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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