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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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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86) 제24화 마법의 돌 186

“아무도 없는데 어때?”

  • 기사입력 : 2019-10-14 07:49:53
  •   

  • 한낮이라 요정이 조용했다.

    “대낮에 뭘해요?”

    “아무도 없는데 어때?”

    이재영은 미월을 방에 눕혔다. 담장 밖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들렸다. 이재영은 그녀의 치맛속으로 손을 넣었다. 남자와 여자가 살을 섞는 것은 친밀감의 행위이기도 하다. 남녀가 멀어지면 살도 섞지 않는다.

    “호호호. 당신 정력이 좋은가 보다.”

    미월이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마나님 왜 이러실까?”

    이재영은 미월과 한낮의 정사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깊고 뜨거웠다. 사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월은 이재영을 껴안고 기꺼워했다.

    “여보, 서울을 또 뺏길까요?”

    미월이 정리를 한 뒤에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끈적거렸다.

    “모르지. 그런데 미군 폭격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 38선 일대가 땅이 한 꺼풀 뒤집어졌대.”

    “세상에! 그럼 중공군 백만명이 다 죽었어요?”

    “백만명이 왜 다 죽어? 백만명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미월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재영도 백만명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미월이 젖은 수건을 가져다가 이재영을 닦아주었다. 이재영의 속옷도 갈아입혔다.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겠어요.”

    “몇 년은 걸릴 거야.”

    “에이유. 서울에 있는 우리 요정은 괜찮을까요?”

    미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은 잿더미가 되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얼시구시구 들어간다.

    절시구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아이들이 동냥을 달라고 깡통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애들이 온 것 같은데 나가봐.”

    이재영이 미월에게 말했다. 미월이 치맛자락을 말아쥐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매일같이 오네.”

    미월이 돌아와서 투덜거렸다.

    “부산에 거지들이 많대.”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아가 되었는지 몰라요. 굶어 죽은 사람도 많고 얼어 죽은 사람도 많고….”

    부산은 피란민들이 들끓고 있었다. 그래도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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