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6) 가축역병(家畜疫病)

- 집에서 기르는 짐승들의 돌림병

  • 기사입력 : 2019-10-01 08:49:32
  •   

  • 농민들이 벼 등 주곡(主穀) 농사 등을 지어도 별 소득이 없으니까,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가축을 많이 기른다.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가축은, 소, 돼지, 닭 등이 주류를 이룬다.

    오늘날 기르는 가축은 대부분 국민들의 늘어난 육류 소비에 충당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주 가축 전염병이 돌아 축산농가의 근심을 더해 가고 있다. 국제적 교류가 빈번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이 얼마 지나면 거의 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킨다.

    몇 년 전 닭 조류독감이 유행하여 전국의 닭이 수없이 죽었거나, 감염 우려가 있는 닭을 미리 도살 처분한 적이 있었다. 돼지도 구제역(口蹄疫) 등이 돌아 많이 죽거나 미리 도살 처분하였다.

    좀 잠잠한가 했더니 올해는 중국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돌더니, 마침내 우리나라 북쪽에서부터 점점 전염되어 내려와 축산농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고, 방역당국에서도 방역을 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축도 온갖 질병을 앓고, 기생충 등도 갖고 있다. 사람은 아프면 자기의 증상을 이야기할 수 있어 의사가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축은 증상을 이야기할 수가 없으므로 수의사들이 가축의 몸을 살펴 알아내야 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또 가축병원은 사람의 병을 다루는 병원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못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축 질병에 대한 연구나 연구기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뒤떨어져 있고, 국가에서도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가까이 있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훨씬 못하다. 중국은 국가경제 수준에 비하여 가축질병 연구는 대단히 활발하고, 연구기관도 아주 많고 전공자도 많다.

    우리나라는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우왕좌왕하기 시작하는데, 사전에 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실 가축 전염병은 오늘날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옛날에도 있었다. 병자호란 직후인 1637년부터 38년까지에 전국에 소 전염병이 돌아 소가 완전히 없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옛날의 소는 육류 제공보다도 농사의 동력(動力)으로 쓰이고, 퇴비의 생산에 필요했는데, 소가 다 죽어 가자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고, 국가에서는 세금을 거둘 수 없어 거의 망할 뻔했다. 그 당시 ‘병자호란(丙子胡亂)의 피해보다 소 전염병의 피해가 더 크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수많은 가축이 죽거나 미리 도살처분하면 축산농가 개인의 재산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평소에 가축 질병 연구를 더 깊이 하고, 항구적으로 대처할 방역청(防疫廳) 같은 관청이나 연구소를 만들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家 : 집 가. * 畜 : 기를 축.

    * 疫 : 돌림병 역. * 病 : 병들 병.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