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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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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63) 제24화 마법의 돌 163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봐요”

  • 기사입력 : 2019-09-05 07: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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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25일은 일요일이었다. 장마철이 다가왔으나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이재영은 허정숙과 잠을 자고 일어났다. 날씨가 쾌청했다. 담장 쪽에는 여름꽃인 모란과 작약도 피어 있다.

    “오늘 일요일이니까 야구 구경을 가요.”

    허정숙이 차 한 잔을 끓여 왔다. 말자는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마질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구라니?”

    이재영은 허정숙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야구를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야구를 한 대요.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야구를 본 일이 있어?”

    “옆집 아들이 야구선수래요. 구경 가요.”

    허정숙이 이재영에게 매달려 졸랐다.

    “알았어.”

    이재영은 아침을 먹고 허정숙과 함께 야구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야구장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허정숙이 이재영의 팔짱을 끼고 좋아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이었다.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들이 느릿느릿 걸어서 야구장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어수선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봐요.”

    허정숙이 불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났다!”

    누군가 소리를 질러댔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했다.

    “일본이 또 쳐들어 온 거예요?”

    허정숙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재영은 일본이 쳐들어 올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휴가 중이거나 외출 중인 장병들은 즉시 부대로 돌아가십시오.”

    짚차가 마이크로 방송을 하면서 거리를 달렸다. 이재영은 멀뚱히 짚차를 바라보았다.

    “금일 미명의 새벽… 38선에서 인민군이 도발을 했습니다. 우리 국군이 인민군을 물리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이크로 떠들어대는 사람도 있었다. 이재영은 허정숙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았다. 라디오를 틀자 역시 전쟁이 일어났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국군이 반격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해요?”

    “38선에서 남과 북이 충돌한 모양이네. 항상 그래왔으니 금방 끝날 거야. 라디오에서 괜찮다고 그러잖아?”

    라디오는 전쟁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았다. 이재영은 오후가 되자 거리로 나가보았다. 거리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그러나 피난을 가는 사람도 없고 문을 닫은 가게도 없었다. 때때로 군인들을 실은 차가 북쪽으로 달려가는 것만 보였다.

    미월과 연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들도 전쟁 소식 때문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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