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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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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김미숙(마산문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19-08-05 2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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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 마산 ‘가곡전수관’에서 가곡을 배우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갔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곡의 매력과 조순자 명인의 열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배워야겠다는 결심마저 하게 된 음악, 우리만의 전통 가곡을 만나게 된 것이다. 시조 가사에 음을 입힌 것이 그것이다. 서양에서도 음역에 따라 남성 파트와 여성 파트가 있듯이 우리 가곡에도 남창 가곡과 여창 가곡이 있다. 굵고 호기로운 남자의 성량을 위한 노래와, 섬세하고 영롱한 여자 성량을 위한 노래가 있는 것이다.

    전통가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김’이다. 이는 식음(飾音), 즉 장식음이라는 뜻인데 다시 말해 목소리를 장식한다는 뜻으로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음색이다. 따라서 전통가곡은 노래로 가사를 전달하는 형식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목소리로 연주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즉 오랜 시간 단련된 인간의 목소리가 거문고·풍류가야금·대금·세피리·해금·단소·장구 등 관현악과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우리 전통가곡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 느끼고 보는 것이다. 유유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느리게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지고, 일순 날아오르는 듯 황홀해지다가 단애를 지나는 구름과 숲을 흔드는 잔잔한 바람에 실려 간다. 그러므로 전통가곡을 듣는다는 것은 소리에 자신을 싣는다는 뜻이다. 심상 깊숙이 파고드는 창자(唱者)의 목소리와 관현악의 음률에 젖어드노라면 어느 순간 산을 넘고 강을 지나 바람과 구름 따라 유유자적하는 나그네가 된다. 관현악 반주에 맞춰 의식과 품위를 갖춰 부르는 가곡은 창자의 수련과 인품이 함께 갖춰져야만 표현할 수 있는 음악으로, 민요나 속요와 구별해서 정가(正歌)라 불렸을 만큼 높은 경지의 음악 형식이다.

    그동안 한국전통가곡은 세계화를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고, 드디어 2010년 세계유네스코위원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전통가곡은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극찬을 받았다. 독일 뮌헨의 성베네딕토회 상트오틸리엔의 콘서트에서 조순자 명인의 공연을 본 현지 청중은 “가곡이 공연되는 1시간 동안 아주 질 높은 명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렇게 전통가곡은 아주 오랫동안 맥을 이어왔지만 현대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변환기를 지나고 현대 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많은 우리 전통이 소멸되거나 외면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가곡은 우리 것을 지키고자 하는 계승자들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고 이제 다시 세계를 향해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심에 마산 가곡전수관의 조순자 관장이 있다.

    여창 가곡의 명인 조순자 선생은 일찌감치 낙향해서 마산에 가곡전수관을 만들고 가곡의 전파와 후진 양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이처럼 명인은 마산 창원은 물론 대한민국의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보석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통가곡은 일반인들의 관심에는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곡전수관에서는 일반인과 아동들 그리고 전수자들을 위한 활동이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특히 국악의 초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 관람객의 질의응답을 겸해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시작된다. 조순자명인과 함께 누구나 쉽게 우리 전통가곡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김미숙(마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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