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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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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명암이 짙은 대한민국-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 대표)

  • 기사입력 : 2019-07-29 2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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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서 한국을 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10여 년 전에도 홍콩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건너편 홍콩섬 최고 요지의 타워 정상에 삼성과 LG의 광고 전광판을 보고 가슴 벅차했다. 세계 주요 공항에 일본 전자회사들 제품을 제치고 한국 텔레비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해외 관광지마다 넘쳐나는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곧바로 눈에 띈다. 동양인이지만 좀 특별하게 보인다. 키도 크고 피부도 희고 세련되어 서양 젊은이들에게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은 아이러니칼하다. 지옥(Hell)과 조선을 합성한 신조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의 헬조선이라는 말은 2007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나온 이후 유행어로서 현실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과 절망, 분노를 표상한다. 글로벌 코리아라고 하는데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소위 ‘금수저’로 표현되는 사회 계층 구조 속에서 불공정한 사회라는 인식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켰다.

    근자에는 청년들의 헬조선을 넘어 50대 이상 장년층의 마음이 이 나라에서 떠난다는 ‘헬조선 시즌 2’의 도래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해외의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이민을 고려하는 장년층들이 증가하고 기업들도 기회를 보며 해외로 나가는 ‘엑소더스’는 ‘헬조선 시즌 2’의 주요 증상이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문제없는 곳이 있겠냐마는 한국만큼 명암이 짙은 나라도 드물다. 오늘의 한국은 더 이상 열강의 틈바구니에 낀 동북아의 약소국가는 분명 아니고, 열강 속의 종속변수도 아닌 독립변수로 자리할 만큼 경제 군사적으로 결코 무시 못할 국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분단과 그로 인한 남남갈등이 국론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적전 분열 상태를 노정시킨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헬조선 시즌 3’도 곧 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의 현실에 눈을 돌려 보자. 한일 경제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파고가 밀어닥친 가운데 지난 23일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독도 영공을 반복적으로 침범해 출격한 우리 군의 F-15K와 KF-16 전투기의 경고방송·차단비행에 이은 두 차례 경고 사격(기관포 360여 발)을 하는, 야생의 세계와 다름없는 냉엄한 국제질서를 목도한다.

    그러나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약소국으로 치부되어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대한제국과는 격이 다르다. 비록 지금도 여전히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난무하지만 어느새 국민의 실제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지난해 일본의 89.2% 수준까지 도달하며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도 예측된다. 이런 국면에서 일본의 무역 보복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하는 게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이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더 소울:더 무비’를 개봉하는 등 한국의 경제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따른 무역보복은 그만큼 일본의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우리 공군 비행기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당당하게 경고사격을 가할 만큼 자주적 대응이 가능한 국격을 지녔다. 오늘의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도 총력을 모아 대응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음에도 국가지도자들을 위시하여 국민들이 사분오열하고 있으니 ‘외우(外憂)’를 ‘내환(內患)’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가.

    이상옥(시인·한국디카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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