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2년 01월 28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나라에 희망이 없으면…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 기사입력 : 2019-07-01 20:27:42
  •   
  • 메인이미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들이 저마다 자기들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가 말한 것처럼 “서로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이라는 안경 너머로만 현실을 본다는 얘기다. 국민의 환멸과 분열, 혼란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 사이 국가 위신은 추락되고 국제 경쟁력은 뒷걸음치며 나라에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다.

    특히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몇 달째 자기들끼리 협상이다 결렬이다 서로 책임 전가에 혈안이 되고 있으니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물며 ‘국회의원’이란 말이 국민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분류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단다. 진정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고 당리당략에 빠져 국회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니 무책임한 국회의원들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어린왕자와 거지〉,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지은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좋은 작품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바른 말 잘하기로도 소문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겁쟁이, 위선자, 아첨꾼들은 1년에 수백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용감하게 바른말 할 줄 아는 위인 한 명이 태어나는 데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 마크 트웨인 자신도 사실 이런 위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났을 무렵 미국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이에 정부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국민들을 외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때 마크 트웨인이 〈금으로 도금해 놓은 시대〉라는 소설을 써서 미국 사회의 이런 추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직후 마크 트웨인은 신문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멍텅구리다!”

    기자들은 이 말을 그대로 신문에 실었고,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크게 반발해 마크 트웨인에게 따졌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요! 만일 당신이 그 말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가만 있지 않겠소!” 협박 때문이었는지, 귀찮아서였는지 마크 트웨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며칠 뒤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했다.

    〈사과문 : 저는 얼마 전에 기자들 앞에서 “어떤 국회의원은 멍텅구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나간 다음 국회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번 제가 한 말을 정정하고자 합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멍텅구리가 아닙니다.”〉

    참으로 기막힌 사과문 내용이다. 논리학에서는 이것을 ‘특칭 판단’이라 부른다. 즉 어떤 특정 사항에 대해 부분 진술을 할 때,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결국 같은 내용이 된다는 얘기다.

    마크 트웨인처럼 바른말 잘하는 분이 이 땅에 나타난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들을 보고 뭐라고 말할까? “나라에 희망이 없이는 어느 누구도 국가를 위해 죽지 않는다”는 키케로의 말을 상기할 때, 오늘날 우리가 희망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국가의 위기가 닥쳤을 때 과연 누가 국가를 위해서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일의 희망이 없는 나라는 오늘의 이 혼란스러움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황채석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