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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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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거제·통영 여행

마음에 쉼을 주는 힐링 心터

  • 기사입력 : 2019-06-26 21: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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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 7번째 여행 이야기를 할 차례다. 얼추 2개월에 한 번꼴로 연재했으니 벌써 한 해가 지났다는 말이다. 내 첫 여행기는 1년 전 이직을 앞두고 서둘러 다녀온 제주도 이야기였다. 수국이 활짝 핀 초여름의 제주는 더없이 아름다웠고, 좋은 인연들을 소개시켜 주었으며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는 용기를 주었다.

    지난 1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 직장에서 나의 또 다른 가능성들을 발견했고 새로운 기회들을 얻었다(여행 칼럼을 연재하게 된 것을 포함해). 그리고 새 여름의 문턱에서 나는 또다시 수국을 떠올렸다.

    △ 나만 알고 싶은 수국 명소, 통영 내죽도 수변공원= ‘수국’ 하면 제주도나 부산의 태종대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통영과 거제도는 제주만큼이나 수국이 예쁘게 피는 도시다. 특히 거제도에는 수국이 길가에 마치 가로수처럼 가득 심겨 있어 관광도시 거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거제 여차 홍포전망대서 바라본 바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 남쪽에 모여 있는 주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제 여차 홍포전망대서 바라본 바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 남쪽에 모여 있는 주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거제여행에 함께한 메이트는 엄마와 남동생. 나와 동생은 토요일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한 반면 엄마는 도대체 언제부터 움직이신 건지 내가 양치질을 끝냈을 무렵, 이미 점심 도시락을 다 준비했다는 소식을 전해오셨다. 김밥에 유부초밥까지! 그렇다면 나의 역할은 이 도시락을 가장 맛깔나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 급하게 검색해 찾은 곳은 통영 내죽도 수변공원. 마침 거제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 동선도 ‘딱’이었다.

    ‘수변공원’이라 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일 줄 알았는데, 관광명소라기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산책 삼아 찾는 작은 공원 느낌이었다. 바다를 전망하는 정자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여러 빛깔의 수국들을 감상했다. 활짝 핀 수국을 배경으로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사진도 찍었다.

    통영 수변공원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도 볼 수 있는 수국.
    통영 수변공원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도 볼 수 있는 수국.
    김밥·유부초밥
    김밥·유부초밥

    △ 모두의 취향을 저격하는 호(好)캉스!= 사실 이번 여행은 ‘나들이’에 가까운 콘셉트로 시작됐다. 타지에 살고 있는 남동생이 오랜만에 놀러오겠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라 늘 시간에 쫓기고 지쳐 있는 편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누나의 안녕을 챙겨주러 온 그가 고마워 누나로서 제대로 된 휴식을 선물하리라는 마음으로 거제의 한 호텔을 예약한 것이다.

    단순한 일정이었다. 거제에 수국이 만개할 때이니 호텔로 가는 길목에 꽃구경을 하고,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호텔에 도착하면 수영장에서 몸을 풀고 사우나로 피로 풀기. 그리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을 한 뒤 포근한 호텔 침구에 몸을 맡기고 꿀잠을 청했다가 다시 아침이 찾아오면 셰프가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오믈렛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느긋한 호캉스를 기획했다.

    가족여행이든 친구들과의 여행이든 총대를 메면 때때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저녁메뉴 정하기. 엄마는 청정 남해의 해산물을 또 남동생은 ‘언제나 고기는 옳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면서 “저녁은 뭘 먹을까?” 라는 내 질문에 “아무거나”라고 대답해버리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결정했다. 차돌박이, 해산물, 전복 구성의 삼합을 파는 곳이었다. 대타협의 메뉴였고, 나름 모두를 만족시켰다. 특히 전복살을 버터에 구워 마무리한 전복구이는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차돌박이,해산물, 전복으로 구성된 별미 삼
    차돌박이,해산물, 전복으로 구성된 별미 삼합.

    △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곳, 샛바람 소리길=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아침 사우나를 즐긴 뒤 조금 더 제대로 거제도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외도, 해금강, 바람의언덕 등 거제를 대표하는 많은 명소들이 있지만, 모두 거제 여행이 처음이 아니고 ‘힐링’을 목적으로 한 여행인 만큼 새로운 명소, 비교적 한적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라로 향했다.

    구조라에는 ‘샛바람 소리길’이라는 예쁜 산책로가 있다. 선선한 대나무 숲 사이로 바닷바람 소리와 재잘거리는 새소리, 대나무끼리 서로 부대끼는 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그 끝에서 구조라성을 만나게 된다. 이 성벽은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인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예쁜 글귀가 걸려있는 '샛바람 소리길' 산책로.
    예쁜 글귀가 걸려있는 '샛바람 소리길' 산책로.
    대나무 숲 군데군데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대나무 숲 군데군데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오히려 산책길 곳곳에 스며있는 구조라 주민들의 아기자기한 손길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구조라에는 거제 인증샷 명소로 유명한 유럽식 식물원 카페를 비롯해서 감성적인 베이커리 카페들과 편안한 콘셉트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동네에 젊은 사장님들이 많아진 덕분인지 대나무 숲 군데군데 예쁜 글귀들이 걸려있어 따뜻한 느낌을 줬다. 동네를 예쁘게 가꾸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 거제의 남쪽 끝, 여차 홍포전망대= 구조라성 전망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조금 더 남쪽으로 달렸다. 왼편으로는 바다풍경이, 오른편으로는 지천에 피어 있는 수국이 자꾸만 잠시 쉬었다 가라고 했지만 꾹 참았다. 목적지로 설정해 둔 그곳에 ‘진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차 홍포전망대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인 것 같았다. 게다가 비좁은 산길과 비포장도로까지 거쳐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많은 불편함과 시간을 감수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그 불편함은 보람으로 되돌아왔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 거제 남쪽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주변 섬들을 탁 트인 공간에서 조망할 수 있었다. 거제에는 많은 경치 좋은 곳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 여차 홍포전망대가 최고의 비경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떠난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상의 쉼표’라고 말하겠다.

    소박하고 편안한 공간들을 찾으며 거제 구석구석에 숨겨진 매력들을 재발견했다. 오랜만에 연구실을 벗어난 동생도 거제바다의 비경에 흠뻑 빠진 엄마도 그리고 두 사람의 표정에서 미소를 발견한 나도…. 모두에게 재충전의 기회가 된 여행이었다.

    메인이미지

    △손수나

    △1988년 부산 출생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전공

    △경남메세나협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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