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그곳에도 저녁이 몰려오겠지요
푸른 기운이 골목 어귀 서성대고
개 한 마리 어슬렁
저녁 마실 나오겠군요
깜박깜박 겨우 불 밝히는 낡은 보안등 아래
뒤축 끌며 귀가하는 발길 몇
골목 깊숙이 젖어들겠지요
치자꽃 향기 번져 나올
녹슨 대문 그 집은 안녕한지
반 지하 입구 계단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계집아이는 아직 울고 있는지
잔조기 굽는 냄새 진동하는 사이
좁은 하늘에 나와 있을 개밥바라기별 언저리
소쩍새 우는 소리 길게 퍼져 가겠지요
☞ 땅심 가득 뿌리를 내린 봄기운이 햇살 아래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는 날들이다. 이렇게 온 천지가 화사하게 퍼져 가는 날, 해거름 녘에 시인은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에 여행을 떠난다.
한동안 잊고 산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서 개밥바라기별을 따라가다 보면 긴 꼬리를 살랑대는 ‘마실 나온 누렁이’도 만나고,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가운 얼굴’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골목 깊숙이 자리한 녹슨 대문 집과 반지하 집 앞에 당도해서는 ‘치자꽃 향기’와 ‘잔조기 굽는 냄새’가 은은하게 피어나던 사람들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행복의 조건을 오래된 그리움으로 풀어내는 시인은 그래서 오늘 아름답다. 강신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