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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주훼인생(酒毁人生) - 술이 인생을 무너뜨린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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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고대 하(夏)나라 우(禹) 임금 때, 의적(儀狄)이라는 사람이 술을 처음으로 만들어 우 임금에게 바치자 우임금이 마셔 보고는 “후세에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사람이 많겠구나!”라고 했다. 우 임금은 술도 멀리 하고, 술을 만든 신하인 의적도 멀리했다.

    인간의 생활에서 술은 아주 많이 쓰인다. 제사 지낼 때도 술이요, 잔치할 때도 술이다. 즐겁다고 술이고, 괴롭다고 술이다. 싸움 시작할 때도 용기를 불어넣는다고 술이고, 싸움 끝나고 나서 개선했다고 술이고, 패전했을 때는 위로한다고 술이다. 만났다고 술이고, 헤어진다고 술이다.

    술은 절제해서 마시면, 그래도 괜찮은데, 혼자 마시는 것이 아니고, 서로 권하기 때문에 절제를 못 하고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周)나라에서는 향음주례 (鄕飮酒禮)라는 예법을 만들어 고을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실 때는 예법을 차려 가면서 술을 마시게 해 취하는 등 술로 인한 재앙을 미리 막으려 했다. 향음주례를 재연하는 것을 보고, 누가 “술 한 잔 얻어 마시기 위해서 절을 백번 해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술 마실 때는 조심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 술을 마실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을 불러온다.

    역대로 나라를 망친 임금들은 대부분 술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최고지도자가 되면 판단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 그 판단은 쉽게 되는 판단이 아니라서 정신적으로 무척 괴롭다.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 괴로움이 일시적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마음의 통제가 풀리기 때문에 여색 등 법도에 넘는 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정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나라는 질서를 잃게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절제하지 않고 마시면, 반드시 뒤탈이 있게 되니, 늘 조심해야 한다. 요즈음은 차량 등 기기를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다”라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뜻을 받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음주운전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재판에서도 중형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3일 대통령의 최측근인 의전비서관이 청와대에서 회식하고 나서, 청와대 비서관 2명을 태우고 음주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말려야 할 것인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지시가 있은 직후에 바로 음주운전을 하였다. 정말 대통령 말도 우습게 보는 특권의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면직이 되었는데, 자신의 앞길을 망치고 대통령에게 엄청난 누를 끼쳤다. 술 때문이라고 핑계 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술을 마시고 절제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야 한다.

    *酒 : 술 주. *毁 : 무너뜨릴 훼.

    *人 : 사람 인. *生 : 날 생.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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