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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마·창·진 통합의 초심, 어디에 있는가- 이성모 (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8-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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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마산에 새롭게 지어진 야구장의 명칭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에 창원시는 지난 11월 19일 ‘새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대표 공모 방안 및 향후 공개토론 등 추진 계획과 일정을 논의하였다.

    이 일의 실마리는 창원시가 설문조사로 내놓은 3개 명칭(案)에 ‘마산’이라는 이름이 배제된 데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몇 년 전에는 옛 진해와 야구장 입지를 두고 이해의 대립으로 서로 따지다가 이제는 야구장 이름을 두고 지역 내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옛 마산, 창원, 진해 통합 논의를 한창 벌였던 때가 어느덧 10년 전의 일이 되어간다. 2008년 7월 당시 황철곤 마산시장이 들고 나온 마산, 창원, 함안 통합으로부터 같은 해 11월 21일 마산시의회의 ‘마창진함 통합에 관한 건의안’ 통과, 그 이후 숱한 논란을 거쳐 결국 마창진 통합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침내 2010년 7월 1일, 통합 창원시 출범식이 열렸다. 당시 정운찬 총리는 통합 창원시의 위상을 ‘인구 108만명, 지역내총생산 21조7000억원,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라고 추켜세웠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마산은 르네상스 프로젝트, 진해는 블루오션 전략, 창원은 스마트시티를 창조하여 골고루 잘 사는 창조적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고 천명하였다.

    기대는 컸다. 통합된 지역 역량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대도시로서 국제 경쟁력도 높아져 창구 역할(window effect)을 통한 산업 가치 증대와 아울러 도시의 고급화는 창의적인 경제사회를 조성하고 무한한 생산성을 유발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미래상이 그려졌다.

    오늘날 어떠한가. 옛 마산은 1989년 인구 50만이 넘는 전국 7대 도시의 명성을 뒤로하고, 통합을 통해 제2의 르네상스를 내세웠으나 핵심 산업기반시설이 떠나간 자리에 추진한 재개발이란 것이 아파트의 무분별한 난립 혹은 근대화 문화유산마저 점차 사라져 원도심 역사의 정체성마저 잃게 하였고, 대책 없는 난개발은 이도저도 아닌 방치 상태로 전락하였다. 민주화의 도시, 근현대 문화의 원류라는 뼈대만 있을 뿐, 생명을 불어넣어줄 문화 콘텐츠 부재, 가치와 의의를 부여할 문화예술체육 등 광범위한 활동이 침체일로에 있다.

    옛 진해를 블루오션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두어 기회의 땅으로서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할 프로젝트 수행의 최적지로 꼽았다. 돌이켜보면 숱한 프로젝트 논의만 성행하다가 개발된 성과물이 아무 것도 없는 도시가 되었다. 독립된 자치단체로서 존재하는 것만 못할 수 있다는 故 이재복 전 진해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스피노자(Spinoza)는 에티카 (Ethica)에서 인간에게 있어 절대적의지 혹은 자유의지란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것 또는 저것을 바라도록 하는 원인에 의해 결정되는 무한한 반복의 연속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심(初心)을 말한다. 처음에 품은 마음을 귀하게 여긴다. 통합 창원시의 제2의 르네상스가 되지 못하더라도 옛 마산 원도심이 지녔던 야구 문화 원류라는 자존심만은 지켜주어야 한다. 통합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원도심이 지녔던 문화마저 앗아갈 수는 없다.

    이이(李珥)는“어리석은 것을 지혜롭게, 어두운 것을 어질게 바꿀 수 있는”(「율곡집」) 심지(心志)를 각별하게 여겼다. 초심에서 비롯된 심지의 향방을 지켜볼 일이다.

    이성모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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