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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주문을 실수하는 식당- 정이경(시인)

  • 기사입력 : 2018-06-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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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햄버거를 시켰는데 오므라이스가 나온다면.

    주문한 손님의 대부분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으로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상한 이 식당의 이름은 ‘주문을 실수하는 음식점’이다. 일본 도쿄에서 문을 연 이 식당 종업원은 치매 환자들이다. 이들은 주문을 실수하기도 하고 주문을 받는 것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치매에 걸린 환자들이 일한다고 너무 신경 쓰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치매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들이 식당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치매 환자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희망해서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잘못된 주문 실수에 대해 누구 하나 화내지 않고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종업원들에게 괜찮다며 다독여 준다. ‘틀려도 다시 하면 된다’는 너그러움이 식당 안을 여유롭게 만든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방문한 손님들 역시 다들 친절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경증 치매 환자가 사회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치료적인 방법에도 좋겠다는 호의적인 반응이다. 주문이 틀릴 것을 각오하고 왔는데 우리 테이블 음식은 제대로 나와서 안심을 하면서도 아쉽다고 웃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이 식당에는 이런 안내판이 걸려 있다.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모두 치매 환자분들입니다. 가끔 주문을 실수할 수 있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식당이 탄생하게 된 것은 치매 간호시설의 복지사로 일했던 와다 유키오씨와 전직 방송국 PD였던 오구니 시로씨 두 사람의 합작품으로 생겨났다. 오구니씨가 방송 취재차 유키오씨의 치매 전문 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치매 환자들이 만든 음식을 대접받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날의 식단은 햄버거라고 들었는데 나온 음식은 만두였다. 오구니씨는 ‘음식이 잘못 나왔어요’라고 말하려던 순간 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뿐, 그 실수를 받아넘기면 실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치매 환자들이 실수를 해도 이해하고 돕는다면 활동적인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수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두 사람을 움직였다.

    처음 경험하는 이 시도가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6명의 치매 환자들로 시작한 시범 오픈 기간에는 절반이 넘는 주문 실수가 나왔다.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운용 방식을 개선하고 도움을 받았다. 전문 셰프들이 요리하고 치매 환자들은 서빙을 전담했다. 그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운용비용을 모금 받고 사회 각지에서 지원을 받아 지난해 9월, 롯폰기에서 3일 한정의 이벤트성 식당을 정식 오픈하게 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연일 줄을 서는 식당이 되어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쏟아졌다. 이후 주문을 실수하는 카페, 공방 등으로 협업을 늘려 사회 각지로 이 움직임이 퍼져나갔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연복 셰프가 치매 환자들과 함께하는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 운영되어 곧 방송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10%가 치매 환자로 추정되고 있는데, 치매 환자를 간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양병원이나 가족의 돌봄만이 전부가 아니라 조금의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속으로 그들을 불러들여 나의 작은 너그러움으로 마주한다면, 치매 환자도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식당은 보여줬다. 배려와 이해가 만드는 공존의 사회를.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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