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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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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친구, 그 따스함- 백혜숙(시인)

  • 기사입력 : 2018-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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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안재욱의 ‘친구’라는 노래를 들었다.

    ‘눈빛만 보아도 널 알아,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돼 준 너. 늘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 세상 그걸로 충분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거스 고든의 ‘허먼과 로지’를 떠올렸다.

    어느 복잡한 도시, 작고 낡은 아파트 두 채가 이웃해 있다. 이곳에 허먼과 로지가 살고 있다. 이웃해 살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허먼과 로지는 음악을 사랑하고 바다에 관한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작고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많아 언제나 생동감이 가득해 보이고, 자동차들이 빵빵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한 도시는 활력을 주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외로움을 주는 곳이다. 그 외로움 속에서 둘은 음악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알아본다.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 오보에로 재즈 연주를 멋지게 하는 허먼과 그 소리를 듣고 잊지 않기 위해 날마다 흥얼거리는 로지.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실직을 하게 되고, 헤어나기 힘든 상실감에 빠져 더 이상 음악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느 날 토피 사탕과 핫도그가 허먼의 음악적 감성을 자극하기라도 한 것처럼 옥상으로 올라가 오보에를 연주한다. 그 소리에 이끌려 하던 일을 멈추고 옥상으로 올라간 로지. 둘은 그렇게 만났다.

    앞 면지와 뒤 면지는 그림이 같다. 앞 면지에는 복잡한 지도 속에 ‘허먼이 사는 집’과 ‘로지가 사는 집’ 그리고 ‘엄청나게 맛있는 핫도그 집’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뒤 면지에는 여전히 복잡한 도시의 지도지만 ‘행복한 허먼이 사는 집’과 ‘즐거운 로지가 사는 집’, 그리고 ‘엄청나게 맛있는 핫도그 집’이 있다. 도시가 변한 것은 없지만, 둘의 사는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둘의 마음이 변한 것을 작가는 짧은 글로 보여주고 있다.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힘이 생겼으니 얼마나 멋진 친구가 될 것인지 짐작이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기계화되고 정보화되면서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각박해져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더 복잡 미묘해졌다. 그래서 혼자가 되는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혼밥, 혼영, 혼잠이라는 신조어들이 생길까? 이런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허먼과 로지’가 아닐까 한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을 나누어 가진 소중한 친구가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친구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하다.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다 들어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만난 친구도 있다. 초보엄마가 겪는 어려움을 서로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경우이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만큼이나 엄마의 관계도 깊어진다. 그렇게 아이를 통해서 도타운 정을 쌓은 친구가 있다.

    ‘어릴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경이나 조건, 경제력 같은 사회적 가치기준에 따라 만난 친구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어릴 때 친구든, 나이가 든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든 관계없이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사이라면 그게 진짜 친구일 것이다. 나의 열정을 알아주고 나의 좌절을 보듬어주고, 서로 좋아하는 것에 공통점이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사이라면 그게 바로 친구인 것이다. 나이와 시간에 상관없이.

    허먼과 로지처럼 말이다.

    백혜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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