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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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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 김종삼

  • 기사입력 : 2018-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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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풍금(風琴) 소리가 툭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개인의 욕망을 예술적 자유로 포장하여 약자를 찬탈하고 억압하는데 사용하였다면 그건 이미 예술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닐 것이다. 요즘 불거지는 예술가들의 권력형 성폭행이나 변태적 기행(奇行)을 목도할 때면,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 밖에 없다고’ 시의 염결성을 역설한 김종삼 시인이 생각난다.

    ‘희미한/풍금(風琴) 소리가 툭툭 끊어지고 있’는 시대의 불안과 현실적 궁핍에 시달리면서도 시 외엔 아무것도 구하지 않았기에 정작 자신의 목마름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천상시인 김종삼 시인이 그립다.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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