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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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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41) 외할머니댁에 사는 하영이네

“혼자 뒷바라지하는 엄마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 보답할래요”
아버지 숨진 후 다섯 식구 얹혀살아

  • 기사입력 : 2018-02-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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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이(가명·16)는 깃이 빳빳한 새 교복을 입고 싶다. 방과후 수업도 듣고 싶다. 공부도 곧잘해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지만 엄마와 동생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하영이네는 다섯 식구다. 콜센터에 나가는 어머니, 아직 철부지인 동생 셋. 마땅히 다리 뻗고 누울 방 한 칸이 없어 외할머니 댁에 얹혀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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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이네 다섯 식구가 사례관리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영이에겐 누구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다. ‘내가 아빠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 같은 것. “아빠가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지만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비틀거리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고…” 머리를 다친 하영이 아버지는 이틀을 응급실에 누워있다 지난해 여름 숨을 거뒀다. 생활에는 도움이 안 되는 아빠였지만 그래도 하영이에겐 둘도 없는 보호자였다.

    하영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5년 동안 별거생활을 했다. 하영이와 막내는 아버지와,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와 각각 떨어져 살았다. 서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싸우다 결국 가족이 반토막이 난 채로 긴 세월을 살았다. 별거의 원인은 아버지의 잦은 음주였고, 이는 별거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왔다.

    “하영이 아빠는 술만 안 먹으면 호인이었어요. 결혼할 때만 해도 술 한 모금 못하던 사람이 점점 주량이 늘더니 간경화까지 왔어요. 말려도 보고 치료도 권해 봤지만 살림을 부수고 집기를 던지는 일이 지속됐어요. 결국 제가 우울증이 와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헤어지려 마음을 먹었었죠.”

    하영이 엄마는 불성실한 남편을 대신해 온갖 일들을 했다. 학습지 교사, 보험업 등. 그러나 네 아이를 먹고 입히는 일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고, 결국 대부업체에서까지 돈을 빌렸다. 그렇게 진 빚이 4000만원에 이른다. “신용회복을 신청해 매달 30만원씩 갚아가고 있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다섯 식구가 외할머니 댁에 살다 보니 아이들이 학습할 여건을 갖추기란 사실상 어렵다. 컴퓨터가 없어 숙제는 겨우겨우 책을 찾아 손으로 써가는 아날로그 식으로 한다. 막내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커가는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엄마는 마음이 아프다. 자신 때문에 친정도 형편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미안하다.

    서옥희 사례관리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큰 의지를 가진 하영이와 밝게 자라는 하영이 동생들에게 지역사회가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2월 13일자 18면 ‘뇌전증 앓는 11살 승민이’ 후원액 321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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