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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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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위기 부부, 죽고 못살던 과거로 돌아간다면…

KBS 2TV 금토드라마 ‘고백부부’
현실감 있는 판타지로 인기몰이
부모·자식에 대한 애끊는 마음

  • 기사입력 : 2017-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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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준(왼쪽)과 장나라./KBS/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 서로 죽고 못 살았던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KBS 2TV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가 이혼하겠다는 부부에게 법원이 명하는 이혼 숙려기간을 청춘 판타지로 요리하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드라마를 담은 자루는 이제는 그만 좀 나왔으면 싶은 시간여행이지만, 제작진은 현실에 치인 30대 부부의 전쟁 같은 오늘과 대비해 뜬구름 잡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감을 다분히 장착한 판타지로 감정이입을 이끈다.

    ◆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한동안 우리 사회 이혼 건수가 증가해 문제더니, 어느 순간 증가세가 멈췄다. 부부 금실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결혼 자체를 안 해서란다. 결혼을 안 하니 이혼도 안 하는 것이다.

    ‘고백부부’는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사랑으로 한 결혼이 징글징글한 현실의 문제로 바뀐 모습을 아프게 꼬집는다. 대학생 때 ‘메이퀸’에 도전했던 여자는 아이 낳고 키우느라 ‘행색’이 말이 아니게 됐고, 영화감독을 꿈꾸던 남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돼 ‘고객’인 의사의 내연녀 뒤치다꺼리까지 하며 비굴하게 살고 있다.

    같이 살 방 한 칸만 있어도 행복할 것만 같았던 핑크빛 사랑은 돈에 치인 현실 앞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고, 여유를 상실한 ‘피로 사회’에서 부부 간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십상이다.

    ‘고백부부’는 1999년 대학 신입생 때부터 사랑을 키워 결혼한 주인공 마진주-최반도가 18년 뒤인 2017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다음날 아침, 풋풋했던 1999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현재의 정신과 마음, 경험을 탑재한 채 1999년으로 돌아간 둘은 다시 찾은 젊음을 만끽하다가도 이미 경험하고 온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남남으로 갈라서기로 한 마진주와 최반도는 ‘재회’한 1999년에서 남남인 척하며 각자의 ‘두번째 청춘’을 누린다. 하지만 미래에는 안 계신 ‘1999년의 엄마(장모님)’와 ‘2017년에 놓고 온 어린 아들’에 대한 애끊는 마음은 둘을 남남일 수 없게 만든다. 인륜, 천륜으로 엮여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둘의 역사는 칼로 베듯 잘라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백부부’가 걱정 없고 마냥 행복했던 추억의 복고 시간여행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청자가 주인공과 함께 잠시라도 오늘을 돌아보게 만든다.

    갈 데까지 간 격앙된 감정으로 이혼 도장을 찍은 마진주와 최반도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이혼 숙려기간’을 갖는 상황이 이 드라마의 판타지를 살갑게 한다.

    ◆ 장나라, 상큼함과 신파 동시에 책임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대적으로 훑고 지나간 이후, 대학 캠퍼스 시간여행은 어떤 종류든 ‘아류’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고백부부’의 1~2회도 그러했다. 1999년 대학 캠퍼스로 돌아간 무대는 새로울 게 없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호연이 식상한 이야기도 새롭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마진주를 연기하는 장나라는 ‘최강 동안 미녀’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스무살 대학생의 상큼한 모습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동시에 30대 주부, 아줌마의 내면을 간직한 마진주의 모습이 코믹함을 전해준다.

    장나라는 청초하고 발랄한 여대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면을 화사하게 만드는 동시에, 부모와 자식에 대한 절절한 마음으로 눈물샘이 터져버린 30대 주부의 신파를 능수능란하게 실어나르고 있다.

    특히 커다랗고 맑은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장나라의 모습은 완벽한 신파지만, 시청자의 콧등을 시큰하게 자극한다.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오른 손호준도 ‘아류작’ 출연으로 인한 약점을 극복하고 극을 잘 받쳐주고 있다. 철부지 대학생이 아니라, 이꼴저꼴 다 경험한 생계형 가장의 내면을 탑재한 채 다시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간 최반도에게 1999년의 대학생들은 ‘짠한 어린 것들’이다.

    최반도는 그러한 감정 경험을 통해 ‘어른’으로서 알게 모르게 다시 성장하는데, 손호준이 이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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