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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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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심야영화 (3) 3개월 간의 잠적, 진실의 방으로- 범죄도시

  • 기사입력 : 2017-10-17 14: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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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야! 니 뭐야. 3개월 동안 뭐했어? 말 안해? 이 자스기... 안 되겠네. 진실의 방으로”
     
     '쫄쫄이를 입은 두 쪼렙' 기자살롱 글을 쓴 지 3개월 만이다. 2주당 1회 연재를 약속한 나는 그간 일언반구도 없이 무연재를 하다가, 결국 진실의 방으로 붙들려 왔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입을 열지 않는 범인을 '진실의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범인에게 하이바(헬맷)를 씌우고, 통나무 같은 팔뚝을 휘둘렀다. 기자에겐 독자가 마 형사다. 더이상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간, 어떤 고통을 당할 줄 알기에...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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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아니 저기요... 그게 아니구요.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쪼렙 글이 게재되고, 최근까지 본 영화만 5~6편이다. 글도 4편 정도를 썼다. 매주 토요일 밤이면 24시간 카페에 앉아, 어제 봤던 또는 일주일 전에 봤던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새벽 1시까지 키보드를 두드리곤 했다.
     
     (독자)“그런데 왜 글이 한 개도 안 올라온거야. 이기 입만 열면 그짓말이가? 확!”
     
     구라는 아니다. 이유가 있다.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다. 그런데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뭔가 닭살스런 이유이기 때문이다.

     (독자)“열게 해줘? 내가 열어줘?. 들어와. 깊숙이 들어와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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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악. 가랑이가 축축해지는 고통을 느끼니, 서둘러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내 스스로 내가 쓴 기자살롱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수십만 명이 내 글만 손꼽아 기다리는 파워뭐시기도 아닌데, 무슨 오버(Over)냐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민망하다. 십수년 간 마이웨이(My Way)를 걸어온 장인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4편이 모두 좀 그랬다. 밋밋한데다, 야밤에 썼더니 닭살스럽기까지 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직장인이 돼 간다-청년경찰', '안타까운 결말에 안타까움을 한 스푼 더-47m', '뒤통수가 보인다-살인자의 기억법', '추석특집-떠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며'.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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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니 원래 촌스럽자나. 아무튼 그럼 앞으로도 맘에 안 들면, 한 달이고 세 달이고, 글 안 내겠네?”
     (나)“아니... 꼭 그런 건 아니구요. 최대한 안 그러려고 해볼게요. 올해까지만 기회를 한 번 줘 보세요”
     
     휴유, 2주의 시간을 벌었다. 이번만큼은 꼭... 아니다. '꼭'이라는 부사는 안 쓸 수록 삶이 윤택해진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2주 뒤는 오죽하겠는가.
     
     현실적으로 조금 바뀌서, '웬만하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것은 매를 버는 말인 듯하다.
     그냥, “만날 사람은 만난데요. 허허. 다음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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